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킬러 문항은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개혁의 신호탄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여권내 일부 반윤 인사들까지 혼란을 부추긴다며 윤 대통령 비난에 가세했다. 

민주당이 불과 1년 전 대선 공약으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강민정 의원은 '사교육없는 세상 토론회'에서 보조금 단체인 사회단체와 토론에서 킬러문항의 병폐를 지적했다. 정치권이 정쟁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교육시장 개혁의 총포성은 이미 올랐다.

당장 연간 수입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일타강사들의 반발은 교육 카르텔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윤 대통령, 교육시장 개혁 총포성 울려

윤 대통령은 "킬러 문항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참모들에게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저성장기에는 저출산 고령화 대비 측면에서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라고도 했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뿐 아니라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노후 대책이 붕괴하고, 더 나아가 학교 교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악순환 속에서 학원들만 웃고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본격 뒷바침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9일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 협의회'를 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키로 결정했던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는 존치하기로 결정했다고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전했다.

우선 당정은 '킬러 문항'이 시험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

또 수능의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며 수능 출제진이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정은 수능 입시 대형 학원의 거짓·과장 광고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일부 학원의 불법 행위에도 엄중히 대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당정은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방안으로 EBS를 활용한 지원을 강화하고, 방과 후 교육 자율 수강권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정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예방하고 국가가 기초 학력을 책임지고 보장하도록 '학력 진단'을 강화하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당정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하며, 지역의 자율적인 교육 혁신을 통한 교육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국민이 공교육을 신뢰하도록 소통을 늘리고, (정부가) 6월 중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과 사교육 경감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대입 수능을 5개월 앞두고 킬러 문항 배제를 통한 공정수능 지시에 대해 "윤 대통령의 가벼운 입에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만 대혼란에 빠졌다"(6월17일. 강선우 대변인)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의 주장은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이 아닌 정쟁을 일삼으려는 발로다.

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뭘 잘 모르면 제발 가만히 있기라도 하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한덕수 총리를 상대로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시건방지고 예의 없는 말투로 빈축을 산 바 있던 인물이다.

강 대변인은 지난해 논란이 된 '만 5세 입학' 철회를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시에 제대로 된 검토와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며 "평소 교육에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현재 사교육 시장은 이해찬 교육이 잉태, 전교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자나요' 입시위주 탈피도 공교육 약화, 사교육 활성화 계기 

현재 교육은 민주당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이 만들어놓은 게 기초다. 공교육을 강조하면서 전교조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자나요' 라면서 입시위주 교육 탈피를 주창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에게 학교 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았고 학원으로 빠져나가게 했다. 사교육 시장은 번성했다.

사교육 시장은 1980년대 운동권에서 과외교사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았다. 나아가 운동권 인사들이 사회에 진출해서는 교육사업에 뛰어들면서 사교육 시장을 자금조달 창구로 이용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정치권에도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번 인사들이 현직 국회의원이 된 경우도 있다. 민주당 정청래, 박정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은 학원 등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벌며 생계를 해결하다 정치권에 입성한 사례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부터 사교육의 병폐를 얘기하면서도 정작 사교육을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가 적지 않았다.

대입 수능시험을 학교만의 공교육만으로 대비할 수 없게 만들어진 게 이때다. 

여기에 연례적으로 대입 수능이 끝나면 '물수능', '불수능' 논란이 단골처럼 반복되면서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킬러문항이 등장한다.

사교육 시장 개입 세력도 있다. 일부 대형 학원들은 시장에 개입해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사교육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학원들은 과거 출제위원과 교육부 출신 관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출제경향과 킬러문항 출제에 영향을 미치며 교육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다.  

변별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교육만 받은 학생을 해결하기 어렵고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킬러문항으로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다.

공교육 교사는 사교육 강사에 비해 자괴감이 들고 교사에 대한 실력을 불신받고 존경심도 약화되고 있다. 

쪽집게 강의가 알려지고 일타강사가 등장한다. 일부는 연간 수입이 100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사교육비 이주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26조원으로 집계됐다.

사교육비 문제는 2000년 이전에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여지껏 해소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1998년 나온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GNP의 6.5%에 달했다.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대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순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지출이 크다. 2001년 교육개발원 통계에서는 39조 7,400억원을 교육비로 지출했다. 이 중 사교육비가 26조원이었다.

과외를 많이 하는 과목은 수학(77.6%), 영어(71.5%), 국어(54.1%)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사교육의 막대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은 서울시 중․고등학교 2000여명을 대상으로 2001년 1월에서 7월 과외비 지출액수와 2000년 대비의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의 석차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과외비용과 성적변화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영어과목에서는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이 과외비 지출은 오히려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 연구 결과는 공교육만 잘돼도 성적이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수능, 불수능 평가는 킬러 문항을 내도록 하고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사교육 시장, 쪽집게로 불리는 소위 일타강사를 찾게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을 대기발령했다. 대선공약 사항으로 지난 3월부터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6월 모평에서도 킬러문항을 출제하며 버티자 경질로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교육관료와 사교육 대자본의 뿌리깊은 교육 카르텔을 깨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의 비판도 군색하다. 왜 5개월을 앞두고 혼란을 일으키느냐는 것이다.

이태규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20일 "현재 혼란은 사교육업자들의 혼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 5년간 수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

최근 소동이 일어난 것은 변별력은 어떻게 가리느냐인데 변별력은 학교 교과 내에서도 충분히 난이도 조정으로 변별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