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을 강타했던 구제역이 올해도 정부의 구멍난 방역망으로 전국 축산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돼 경북도내 전역을 초토화시킨 구제역은 경북지역 방역망이 뚫리면서 빠른 속도로 북상, 20여일 만에 경기북부를 휩쓸고 청정지역 강원까지 덮쳤다.

특히, 22일 설마했던 강원 평창지역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양성판정으로 확인되면서 청정지역인 국내 최고의 명품 한우산지까지 확산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우대, 농업경시 정책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 초부터 친기업정책을 펴면서 환율이나 유가인상, 금융위기 등에 대응해  위기관리대책회의 등을 직접 주재하며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애로를 경청, 지원해온 반면 농업분야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다.

특히 올해는 한미FTA 재협상, G20정상회의, 서민물가 등은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작년에 이어 2년째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구제역 피해에 대한 대책지시나 언급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FTA에 대해 피해가 큰 농가의 반대가 커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돼온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너무 무관심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특히 연평도 포격도발과 한미동맹, FTA 재협상 등 긴급현안 부상과 맞물리면서 구제역 문제는 청와대 테이블에서 아예 뒷전이 돼버렸다.
 
방역당국은 지난해의 큰 피해를 입고도 효율적인 방역행정체계 마련 등의 개선대책도 마련하지 못해 이번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번에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시점(11월 28일)은 정부가 '대한민국 최고 고급육 생산 왕중왕' 시상식(11월 25일)을 거행한 지 불과 3일 뒤다. 구제역 발생 3일을 앞두고 고급육 왕중왕 시상 축제를 가지는 웃지못할 행정이 벌어진 것이다. 

예방은 고사하고 초기대응 실패로 방역망이 곳곳에서 뚫리며 구제역 양성으로 확
인되면 도살처분 조치만 하고 있어 발생지역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구제역긴급지침'에 따라 (수의사로부터)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농장 출입구 폐쇄, 소독조 설치,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 대해서만 가축 이동 제한 조치 등을 취하고 있는 게 전부다.
 
구제역이 확인(양성판정)되면 ,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위험지역(반경 500m~3km 이내), ▲경계지역(3km~ 10km), ▲관리지역(10km ~ 20km)의 3단계로 설정해 인접시.군 이동통제(초소설치)와 주변소독, 예찰강화 등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올 즈음 이미 구제역은 경계지역이나 관리지역을 한참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현재의 관리체계로는 확산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13일 발생한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앞서 발생한 예천군 발생농가에서 10.5km 떨어져 위험지역은 물론 경계지역을 벗어난 곳이다.
 
방역행정 처리속도도 느려터져 뒷북행정이란 지적이다.

최초 구제역의심신고에서 양성판정이 나오기까지 소요시간도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유전자 분석에서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출하된 가축이 시중에 유통되기까지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하고 추적에 나설 때에는 이미 이미 방역통제권을 벗어나 범위가 확산일로에 있는 상태다.

지난 13일 구제역 양성농장에서 출하된 한우 3마리는 8일 양성판정을 받기 4일이나 앞서 시중으로 출하돼 서울과 경기 인천으로 유통됐다.

쇠고기 이력시스템을 이용해 추적, 회수조치에 취했지만 그나마 업소에 보관중인 670kg을 봉인조치했지만 228kg은 회수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 14일 경기 연천과 양주 등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그제서야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맡아오던 '중앙구제역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15일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격상하고 모든 지자체에서도 대책본부를 단체장 책임하에 대책본부를 꾸리도록 했다.
 
다른 행정부처는 이 때서야 행정안전부만이 재난안전관리관을 단장으로하는 '구제역 정부합동지원단'을 경기도 제2청사에 설치해 인력·장비 지원 등 관계기관간의 유기적 공조로 현장중심의 방역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정부의 방역망 허점으로 현재까지 축산농가피해(농식품부 집계)는  21일 현재 소 3만 8451마리(농장 1076곳), 돼지 17만 7706마리(91곳), 염소 1079마리(31곳), 사슴 120마리(10곳)로 등 21만 7356마리가 도살처분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농가가 겪고 있는 피해보상 대책은 고사하고 거꾸로 농가에 대해 처벌부터 거론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해외를 다녀온 농민들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보고 향후 외국을 다녀온 농가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 등 처벌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식품부 방역과 조옥현 사무관은 청와대의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특별지시나 언급은 들어본 적은 없다"며 바쁘다며 통화를 끊었다. 정부의 구제역 사태를 바라보는 현실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축산농가들은 이러다가 전국의 모든 소, 돼지 등 가축이 절멸할 지경이라며 대통령부터 이번 구제역에 관심을 갖고 한마디라도 농민의 아픔을 달래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 농민을 위한 위정자는 아니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결국 이러한 총체적인 방역관리는 현 정부가 그동안 한번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청정지역으로 불려온 강원도에 첫 구제역 발생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야권과 농가들은 이 대통령이 서민생활물가처럼 직접 챙기지 않다보니 관련 부처 공무원들도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이완되고 방역망 허점이 노출되도 문책이 뒤따르지 않는 등 안이한 태도로 방역 적기를 놓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