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화지구에서 폐업한 폐기물처리업체 부지에 있던 오염 토사를 정화하지 않고 불법 반출한 것으로 평택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이병배 평택시의원(국민의힘)이 사업지구 내 오염 토사 불법 반출 의혹을 제기한 지 반년여 만에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22일 평택시에 따르면 평택시는 해당 사업지구내  염 토사 불법 반출·매립 행위에 관련된 LH 직원과 하청 업체 관계자들에 대해 '폐기물관리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평택시 김진성 시 환경국장은 이날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LH가 지난해 4월 자체 검사 결과에서 기준에 적합한 토사를 반출했다고 한 장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준치를 최대 9배 초과하는 불소가 검출됐다"며 "오염된 토사를 적법하게 정화하지 않고 반출했기 때문에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 시의원은 고덕지구에 속한 옛 폐기물처리장 부지 내 토양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소가 기준치(800㎎/㎏)의 40배가 넘는 3만2,720㎎/㎏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불소는 수돗물 소독제로 사용되지만 과다 노출될 경우 심혈관계나 신경계 등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물질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또한 LH가 오염 토사를 정화하지 않고 고덕지구 내 다른 곳에 무단 반출했다고 주장했으나, LH는 "향후 정화하기 위해 적치해놓은 오염 토사를 같은 부지 내에 펴놓은 것일 뿐 다른 곳에 반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6일 시가 반출 의심 지역 5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하천제방 부지와 도로 부지 등 2곳에서 기준치의 최대 9배 정도의 불소가 검출됐다.

평택시는 "반출된 토사는 하천제방 3,906㎥, 도로부지 1만6,천32㎥ 등 2만738㎥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자 LH는 토사를 현재 옛 폐기물처리장 부지 내로 다시 옮겨놓은 상태다.

시가 지난 1월 폐기물처리장 부지 내 10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7곳에서 기준치를 최대 24배 초과한 불소가 검출되기도 했다. 

평택시는 고발조치와 별개로 LH에 토양정밀조사 행정 명령을 내렸다. LH는 올해 8월까지 조사를 완료한 후 오염 토양 처리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LH는 지난해 평택시가 현장 시료 채취를 하려고 하자 진입을 막는 등 공무를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평택시 관계자는 "LH는 지난해 10월 시가 불법 반출 의심 지역 시료 채취를 위해 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4차례나 막아 무산시키기도 했다"며 "옛 폐기물처리장 내 방치된 오염 토사로 인한 주민 피해와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오염 물질을 철저하게 처리하도록 LH에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