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딸이 대학에 부정입학했다는 의혹 보도 기자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서정현 판사는 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뉴스타파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기사를 쓰면서 그것이 허위사실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단정적으로 보도한 부분 외에는 기사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하고, 부정행위라고 다소 과장해 표현한 건 있지만 허위사실이라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자는 당시 면접위원을 직접 인터뷰해 나 의원의 딸이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취재했고, 성신여대측과 나 의원에게 인터뷰가 거절당하자 서면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고 반론의 기회를 제공한 것을 보면 공공의 이익에 관해 보도를 한 것이며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보도의 대상은 나 의원과 성신여대 총장 등 공인이라 볼 수 있고 대학 입시는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을 가진 공적 사안"이라며 "이런 보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가 완화돼야 하고 공적 감시·비판 기능은 현저히 공정성을 잃지 않는 한 제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자는 지난해 4.13 총선 직전인 3월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당시 후보의 딸이 대학 입시에서 어머니가 나경원 의원이라고 밝히는 등 시험 절차에서 특혜를 받은 사항을 공개하고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다.

공익적 목적의 의혹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법적 공방으로 비화됐다. 

언론계와 법조계에선 나 의원의 대응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나 의원은 법적 대응을 강행해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뉴스타파와 나 의원의 법적 공방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타파는 2016년 3월 17일 나경원 의원(당시 새누리당)의 딸 김모 씨가 2012학년도 성신여대 실기면접에서 부정행위를 했지만 오히려 최고점수로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김 씨는 2011년 10월에 열린 성신여대 수시1차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통과해 2012년 현대실용음악학과에 합격했다. 

뉴스타파는 성신여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 의원의 딸 김모 씨는 "우리 어머니는 국회의원 나경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는 김 씨가 반주음악을 재생할 장치를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면접위원들이 면접을 25분 동안 중단하고 장치를 준비해 준 점은 실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성신여대에서는 모두 21명의 장애인 학생이 응시해 김 씨 등 3명이 합격했다.

당시 나경원 의원의 딸을 면접 심사했던 이재원 성신여대 정보기술(IT)학부 교수는 "면접에서 김 씨가 '저희 어머니는 어느 대학을 나와서 판사 생활을 몇 년 하시고, 국회의원을 하고 계신 아무개 씨다"라며  나경원 의원이 엄마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마치 우리 엄마가 이런 사람이니까 나를 합격시켜 달라는 말로 들렸다는 것이다.

장애인 전형이 있는 다른 대학에서는 응시생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해 실격 처리한다.

당시 실기 면접 심사위원장을 맡은 실용음악학과장 이병우 교수는 "저 친구가 장애가 있다. 그래서 긴장을 하면 평상시 자기가 꼭 하고 싶었던 말만 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주자"고 감쌌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실기 면접에서 드럼 연주를 준비했는데 반주 음악(MR)을 틀 장치가 없어 연주를 하지 못한 채 면접 시간을 넘겼지만 이 교수는 면접장에 나와 있던 교직원들을 시켜 카세트를 수배했고 25분이나 지나 김 씨의 실기 면접을 재개했다.

나 의원은 유세 과정 중 뉴스타파가 취재를 했지만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후 기사가 나가자 나 의원은 뉴스타파에 대해 법적 대응으로 해당기자를 고소했다.

장애인 전형 도입 시기도 미묘하다.

성신여대는 나경원 의원의 딸이 실용음악학과에 응시한 그 해에 장애인 전형을 처음 도입했다. 같은 해 5월, 당시 한나라당 최고의원이었던 나경원 의원이 성신여대 초청 특강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인 전형 모집요강이 확정 발표됐다.

이후 나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고, 선거 3일 전 딸이 성신여대 특별전형 실기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후 성신여대 실용음악학과에서는 지금까지 더 이상 장애인 입학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이듬해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서 음악 감독을 맡았는데 당시 나 의원이 스페셜 올림픽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나경원 의원과 성신여대는 뉴스타파의 취재과정에서 해명 요청을 거부해놓고 뒤늦게 언론플레이를 했다.
나 의원과 성신여대는 뉴스타파 의혹 보도 하루 뒤 반박문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의혹을 부인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타파 언론보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정상적인 입시절차를 거쳐 합격했다"며 "이를 특혜로 둔갑시킨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법적대응을 밝혔다.

나 의원은 특혜 의혹 보도를 "고질적인 흑색선전"으로 몰고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로 부각했다.

비방이 자신에 대한 거짓과 모함을 넘어 가족에까지 이르렀다는 흑색선전으로 초점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나 의원과 성신여대는 뉴스타파의 취재는 회피하며 정확한 해명은 거부하며 선거유세를 통한 언론플레이를 했다.

성신여대는 뉴스타파의 실기시험 부정 의혹 보도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그해 5월 당시 나 의원의 딸과 함께 특별전형에 지원했던 수험생과 지도교사는 "분명히 실기시험이 있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성신여대 측은 현대실용음학과의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면접에서 실기시험은 없다며 당시 실기는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 참고용이어서 나 의원의 딸이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합격 여부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대해 뉴스타파는 당시 나 의원의 딸과 함께 특별전형 면접을 본 수험생과 이 수험생의 지도교사를 찾아내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나 의원의 딸과 함께 면접을 본 문성원씨는 "실기시험으로 자유곡을 준비하라는 내용을 분명히 봤고,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도 먼저 연주부터 했고 이어 질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문씨를 입시 지도한 대안학교 최인희 교사도 "분명히 자유곡을 준비하라는 내용을 봤다. 성원이는 학생부 성적이 2등급 정도로 높아 실기 준비만 잘하면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수능시험 준비까지 제쳐두고 실기 연습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당시 성원이가 장시간 연습을 하면 팔에 마비가 오기 때문에 무리하면 안 되는데도, 성신여대에 입학하겠다는 의지로 밤낮없이 연습을 했다. 실기평가가 없었다면 그렇게 무리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성신여대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이병우 교수에게 직접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한 뉴스타파의 취재에 출입 자체를 막고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반론을 거부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나 의원이 제기한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 기사에 대해 경고조치를 결정하면서 나 의원의 후보 왜곡 비방 주장이 힘을 얻는 양상이 벌어졌다. 뉴스타파의 이의신청도 기각결정했다.

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기각 결정문에서 “상대방( 나경원 의원)이 반론을 개진하지 않더라고 선거가 임박한 민감한 시기에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명확하게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을 감안해 치밀한 취재를 통해 상대방의 관점을 다루어 유권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나 의원의 딸이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인 글로벌메신저 후보를 선정하는데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나 의원의 딸을 단독 추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나 의원은 이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심의위는 '나경원 의원의 주장이 이유없다며 기각결정했다.

뉴스타파는 '반론을 거부한 나 의원의 반론을 어떻게 실을 수 있느냐며 부정입학 의혹 기사에 경고조치한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경고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뉴스타파, 나경원 의원 법정공방 일지>
◆ 2016년

- 3.17 뉴스타파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 보도

- 3.18 나경원 의원 '언론보도 사실 무근 후보 비방' 반박문,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 고소
        성신여대 "실기시험 없었고 참고용일 뿐" 반박

- 3.21 뉴스타파 '성신여대 나경원 딸에게 성적도 특별대우 정황' 보도

- 3.23 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정순신) 사건 배당 

- 3.28 뉴스타파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홍보대사(글로벌메신저) 후보 나 의원 딸 단독 추천, 다른 장애인 선수 참여 기회 박탈' 보도

- 4.7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글로벌메신저 공모절차 없이 나경원 딸 추천' 나경원 이의제기 '이유없다' 기각결정

      나경원 의원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 고소, 김용진 대표, 황일송 기자에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 5.4 뉴스타파 "당시 실기시험 분명 있었다" 다른 수험생 증언 보도

- 5.   검찰,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 불구속 기소(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 2017년

- 9.8 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나경원 의원 딸 부정입학 의혹' 허위사실 아니다"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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