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검찰이 수사 아닌 정치한 느낌이다. 기소 목표로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밤 10시58분께 서울중앙지검에서 12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오면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를 받은 지 18일만에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반가량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성남시가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기밀을 유출한 혐의(부패방지법)를 조사했다. 

이어 오후에는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배임, 뇌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아 오후 9시에 신문을 종료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절차까지 마쳤다. 이 대표는 신문 조서 열람을 꼼꼼히 하면서 총 조사 시간은 12시간 30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고 검찰 조사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힌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

그러나 이 대표는 검찰에 A4용지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고 검사의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이 대표측은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서는 150여쪽이었고, 피의자 신문 조서는 200쪽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도록 최종 결정하면서 확정 이익 1,822억원 외 추가 이익을 얻지 못해 성남시에 거액의 손해를 끼쳤다(배임)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 김만배 씨(화천대유 대주주)와 대장동 수익 중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천화동인 1호는 언론보도로 존재를 알았고, 만약 내 것이라면 김씨가 돈을 그렇게 함부로 썼겠느냐"고 반박했다.

위례·대장동 사업의 비밀을 민간업자에게 알려준 '부패방지법' 등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형사처벌을 무릅쓴 채 비밀을 유출한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업자들에게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측근 정진상, 김용씨에 대해선 진술서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제출한 진술서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 대표 측에게 2차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출석 전부터 한차례만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2차 출석 조사는 불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53분께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 밖으로 나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검찰답게 역시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 밝히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하고 있다는 기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출석하기 2시간 전부터 운집한 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며 기다린 지지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서초동을 떠났다. 박홍근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동행했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조사 과정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출석부터 지각 출석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당당하게 맞서겠다던 태도와 달리 시종일관 묵비권으로 임해 조사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SNS 등에는 떳떳하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가 실수가 될까봐 말을 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조사 과정에서도 조사 지연 주장이 엇갈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반복적인 질의와 자료제시, 의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행위, 자료를 낭독하는 행위 등이 야간조사 제한 시간인 오후 9시까지 계속됐다"며 "이 대표 측의 잇따른 항의에도 검찰은 이를 계속하며 피의자의 인권을 짓밟는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행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조사 뒤 "굳이 추가 소환을 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했던 질문을 또 하고, 제시한 자료를 또 제시하고 질문을 지어내는 이런 행위야말로 국가권력 사유화하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사를 지연한 사실이 전혀 없고 신속히 조사를 진행했고, 출석은 오히려 이 대표가 지연한 것"이라며 "장기간 진행된 사업의 비리 의혹으로 범위와 분량이 상당히 많고, 최종 결재권자에게 보고되고 결재된 (증거)자료를 토대로 상세히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검토해 이 대표에게 추가 출석을 몇 차례 더 요구한 뒤, 응하지 않으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실시한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와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속영장 집행에는 국회 회기 중에는 체포동의안 제출과 72시간 내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는 야당의 요청으로 1월 임시국회가 회기 종료되는 즉시 곧바로 2월 임시국회가 이어진다.

체포동의안은 민주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경우 방탄국회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