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가 이명박대통령의 임기말특별사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은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설 특별사면에 "요즘 언론에 하면문제와 관련 여러얘기사 보도되고 있다"며 "과거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등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포함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인수위 대변인으로서 충분히 상의드렸다"고 말해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는 인수위의 특사반대에 당혹스럽게 됐다.

신구권력이 충돌하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 박 당선인이 직접 발표 대신 인수위 대변인의 입을 통한 것일 뿐이라는 게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박 당선인은 2월25일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현직 대통령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설 특사도 이명박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측이 이번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대통령 친인척이 부정부패로 구속돼 형을 살다 임기말 특사로 대거 풀어주는 것에 비판이 많았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상 현 정권과 한뿌리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마지막 특사가 새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특사 추진을 밝힌 직후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청와대가 당선인과 그 문제(특사)로 의견을 나눈 바 없다. 명시적으로 의견을 서로 교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청와대 독자적 판단임을 밝혔지만 특사추진이 임박하면서 더 늦기 전에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기간 내내 대통령특별사면권 남발에 반대입장을 보였는데 가만있는다면 말과 원칙이 다르게 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경제민주화 대선공약 발표에서는 대기업 지배주주ㆍ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 제한을 약속했다.

또 7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전유죄 유전무죄같은 말이 국민에 회자되고, 돈 있고 힘 있으면 자기가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상황이 만연된다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해도 와닿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