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을 바꾸다" 현대캐피탈의 캐치프레이즈다.

대표적 금융기관인 은행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캐피탈업계 선두주자인 현대캐피탈이 고객의 대출신청 서류를 이용해 내부직원이 대출을 가로챈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현대캐피탈은 해당직원을 문책 고소하기는 커녕 피해고객을 상대로 변호사를 2명이나 선임해 일 개인 피해고객을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필적감정까지 동원해 받지도 않은 대출을 받은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필적 감정까지 들이댔다가 패소하며 망신살을 샀다.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10년.

법원과 금융감독원, 고객 김모씨 등에 따르면 충남 금산에 사는 김모 씨는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그룹 계열사 현대카드.캐피탈(대표 정태영)로부터 금융사기 피해를 입고 되레 돈을 갚으라는 재판을 당해 2년여 동안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김씨는 2010년 11월 대출을 받으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 친구로부터 현대카드.캐피털 직원을 소개받았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라 안심이 됐고 그 직원은 친절하게 대출을 알아서 잘 해줄테니 김씨의 인감과 등본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갖고와야 대출이 가능한 지 확인을 할 수 있다고 해 금융지식이 어두웠던 김씨는 친구를 통해 현대캐피탈 직원에게 서류를 건네줬다.

서류를 전해준 다음날 그는 대출을 하지 않겠다고 서류를 돌려달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해당직원은 서류를 돌려주지 않고 며칠간 연락도 피하더니 몇일 뒤 현대캐피탈로부터 2,900만원의 차량구입대출을 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아차싶다는 생각에 자동차회사 등에 알아본 결과 현대캐피탈 직원이 김씨의 서류를 이용해 그돈을 대출받은 것이었다. 해당차는 대포차로 둔갑해 불법 범죄차량이 돼버렸다.

현대캐피탈측은 서류가 다들어왔기 때문에 대출이 된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김씨의 하소연은 들으려하지도 않았다.

김씨는 가진 재산이나 건물을 소유한 것도 없는데 너무나 쉽게 대출이 됐다는 게 현대캐피탈 직원들이 짜고 타인의 서류를 이용해 대출을 일으킨 것이라며 회사측에 매일같이 밤낮으로 항변했다.

현대캐피탈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김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까지 냈다.

현대카드.캐피탈은 2011년1월26일 법원에 정태영 사장 명의로 대출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낸 정 대표는 정몽구 현대

기아차그룹 회장의 둘째사위이자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큰 아들이 잘못된게 뻔한데도 억지를 부린 것이다.

김씨는 이 때문에 4차례 이상 법원을 들락거리며 갖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정 대표는 서모(여)변호사와 김모(여) 변호사 등 2명이나 선임해 소송비용도 없는 김씨를 궁지로 몰았다.

고객 김씨는 같은 해 6월21일 혼자서 증거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제출하자 정 대표측은 8일뒤인 6월29일 대출분쟁 전문인 두명의 변호사를 선임했고 7월25일에는 필적감정평가까지 신청했다.

김씨를 압박하던 현대캐피탈은 이 당시 175만명의 고객개인정보를 유출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던 때로 정 사장은 고개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금융당국은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했던 때를 감안하면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셈이다.

9월에는 이 모 감정사의 필적 감정결과가 법원에 제출됐다.

그러나 법원은 9월27일 눈물겨운 투쟁을 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도둑놈의 심보 아니냐, 어떻게 이렇게 큰 대기업에서 철저한 확인도 하지 않고 대출을 하느냐, 이자만 따먹겠다는 심산 아니냐"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대기업이 대출을 하면서 김씨의 신분증도 다르고 대리인 위임장도 없는데 2,900만원이란 거액을 선뜻 대출해준 것은 직원들이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질려버릴 정도의 거대기업의 법적공격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씨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사과조차도.

금융권의 내부직원에 의한 대출비리는 모럴헤저드에서 나온다. 최근 우리은행은 현직 지점장이 낀 어음 사기에 의한 수십억원 부정대출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에 적발되는 금융범죄는 해마다 증가추세다. 대출소비자에게는 엄하고 부실기업에게는 수천억원의 여신을 떼이는 금융기관의 부패는 지난해 월가의 분노로 표출됐던 금융의 탐욕과 염치없음에 고객들의 분노도 언제 폭발할 지 불만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도덕성 회복부터 하는 것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