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금융기관인 은행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가업 캐피탈 회사마저 금융사기를 친다면.

충남 금산에 사는 김모 씨. 그는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캐피탈로부터 2년여에 걸쳐 사기를 당하고도 손해배상을 청구당해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올해 초 끔찍했던 터널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가끔씩 악몽에 시달린다.

김씨의 사연을 들어보자. 김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어디에서도 도움받을 곳을 찾지 못했다. 현대캐피탈 고객불만 접수전화는 아예소용이 없었고 금융감독원마저 캐피탈 회사 쪽만 두둔했다.

결국 한 인터넷신문 사이트에도 올렸지만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김씨의 사연을 통해 거대 금융기관의 횡포가 얼마나 사악한 지 살펴본다.

김씨는 2010년 11월 대출을 받고자 친구 소개로 현대캐피탈 직원을 소개받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라 안심됐고 그 직원은 친절하게 대출을 알아서 잘 해줄테니 등본 등 서류를 갖고와야 대출이 가능한 지 확인을 할 수 있다고 해 절차를 잘 몰라 친구를 통해 현대캐피탈 직원에게 서류를 전달해줬다.

서류를 건네준 다음날 대출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서류를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서류를 돌려주지 않고 며칠간 연락도 피하더니 그로부터 몇일 뒤 현대캐피탈로부터 2,900만원의 차량을 구입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뭔가 미심쩍어 자동차매매상 등에 알아본 결과 현대캐피탈 직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김씨의 서류를 이용해 차량 대출을 받았던 것.

더욱이 이 차는 대포차로 변신했다.
현대캐피탈측은 서류가 다들어왔기 때문에 대출이 된 것이라는 말만 했다.
김씨는 "대출과정에서 현대캐피탈측으로부터 확인통보를 받은 적도 없고 계약서류에 자필로 서명과 싸인도장을 찍은 적이 없는데도 승인이 떨어진다는게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진 재산이나 건물을 소유한 것도 없는데 너무나 쉽게 대출이 됐다는 게 현대캐피탈 직원들이 짜고 타인의 서류를 이용해 대출을 일으킨 것 외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

현대캐피탈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김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까지 냈다.
김씨는 "도둑놈의 심보 아니냐, 어떻게 이렇게 큰 대기업에서 철저한 확인도 하지 않고 대출을 하느냐, 이자만 따먹겠다는 심산 아니냐"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대출을 하면서 김씨의 신분증도 다르고 대리인 위임장같은 것도 없었는데 2,900만원이란 대출을 선뜻했던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대출금을 김씨에게 변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정태영 대표 명의로 2011년 1월26일 대전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냈다.

정 대표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둘째사위이자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큰 아들이다.

김씨는 이 때문에 4차례 이상 법원을 들락거리며 갖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정 대표는 서계영 변호사와 김은주 변호사 등 2명이나 선임해 김씨를 공략했다.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 몰린 김씨는 같은 해 6월21일 혼자서 증거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제출하자 정 대표측은 8일뒤인 29일 두명의 변호사를 선임했고 7월25일에는 필적감정평가까지 신청했다. 김씨를 압박하던 현대캐피탈은 이 당시 175만명의 고객개인정보를 유출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던 때였다.

9월에는 이 모 감정사의 필적 감정결과가 법원에 제출돼 김씨는 더욱 압박을 받게됐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김씨는 변호사까지 앞세운 거대기업인 현대캐피탈 정 대표에게 눈물겨운 법정 투쟁끝에 이겼다.

법원은 같은해 9월 27일 김씨에게 변제의 책임이 없다며 현대캐피탈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질려버릴 정도의 거대기업의 법적공격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씨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사과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