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사태가 한달여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한 의문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보수언론을 통한 확대재생산, 급기야 종북좌파 논란으로 비화됐다.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라고 한 조준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실체적 검증과 보고절차를 생략한 채 독단적으로 발표한 조사결과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다. 지분읓 따지기 앞서 소중한 합당정신인 합의를 무시한 결과로 당의 권력이 뒤바꼈고 헌법상 보장된 '정당활동의 자유'가 무색하게 검찰이 들이닥치고 두개의 비대위로 양분되는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지며 당을 위기속으로 몰아넣었다.

유시민 계열의 참여당과 심상정 노회찬 등 진보신당 탈당파 중심의 신당권파의 언행 하나 하나마다 유례없는 보수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당은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다.

신당권파의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장악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만큼 구당권파를 계속해서 쇄신대상으로 몰아붙이며 전당대회 지도부 구성까지 끌고가려는 모습이다. 부정선거 논란 이면에는 아무리 부정해도 신당권파가 소외돼온 소수파의 설움이 예전 민노당 시절부터 깔려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아무개가 가는 곳은 당이 항상 깨진다는 말처럼 분당 우려까지 낳고 있다.

통진당 사태가 마무리되려면 현 상황의 발단이 된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 발표가 하루속히 실체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조준호 공동대표의 발표를 계기로 중앙위원회가 소집됐고 폭력사태, 그리고 비대위가 출범했다. 중앙위원회 역시 참여당 계열의 위원명부가 수십명이나 뒤바껴 일방 강행처리되고 다음날에는 당규상 공지 절차도 생략하며 절차상 논란을 무릅쓰고 번갯불에 콩볶듯 인터넷 회의로 강행됐다.

중앙위원 명부교체는 찬반이 팽팽한 상황에서 참여당 계열이지만 신당권파와 주장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보인 중앙위원을 바꿔버리는 등 회의 결과를 결정적으로 좌우할수 있는 숫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 당규가 정한 절차가 무시된 것은 묻혀지고 충돌과정에서 폭력성만 부각됐다. 

일단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를 '총체적 부실과 부정'으로 결론낸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실조사를 검증하기 위해 구성된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활동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위원장으로 활동한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부정과 부실의 책임규명을 하지 않았고, 보고서에 제시된 일부 부정과 부실 사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동일IP를 부부나 노동조합 등에서 일괄투표가 이뤄지는 현장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 IP를 부정으로 일방 간주하며 보수언론응 타고 총체적 부실선거로 낙인 찍혔다.

이 때문에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은 "먼저 정확한 사실 규명 후 그에 따른 책임을 지자"는 입장을 밝혀왔고 구당권파를 주축으로 구성된 '당원비대위'도 "진실규명을 정확히 하고 비례대표 사퇴 문제 등을 정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체적 진실규명이 선결 과제였고 이를 거치지 않고 사퇴압박부터 제기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운영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의결에 따라 구성된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진상조사특위 조사 결과와 비례대표 사퇴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비례대표 총사퇴는 중앙위원회의 의결사항인 만큼, 진상조사특위 결론과는 무관하게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총체적 부실선거 규정에 기반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현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신당권파는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진상조사특위에서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검증을 통해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사실'과 '허위'를 밝혀낸다면, 의외로 선거부정 논란이나 의혹만 난무하는 통진당 사태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수도 있다.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은 29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5.2 진상조사보고서는 실체적 진실이 부족한 만큼 비례대표 사퇴를 포함한 당 정상화 방향은 진상조사특위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례대표 후보 사퇴문제는 당의 선거관리 책임, 개인의 책임 여부, 국민정서, 당원의 판단 등에 근거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석기 김재현 의원 개인에 대한 책임처럼 규정되고 있지만 선거관리를 해야하는 당의 책임과 개인의 책임 부분을 명확히 가려달라는 것이다. 

조준호 위원장의 진상조사위원회는 사실 공정성을 잃었던 부분이 적지 않았다.

비례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 측에서 추천한 인사들로만 구성돼 조사위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부터가 문제로 지적된 만큼, 진상조사특위는 가치판단 이전에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진상조사특위 구성은 조준호 주도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달리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상조사특위 구성은 혁신비대위와 당원비대위측이 조율해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위원 9명 중 당외 인사가 6명이고, 당내 인사가 3명이다.

법과인권연구소장인 김동한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당외 위원들은 시민사회와 법조계 등에서 공익적 활동을 해온 인사들로 구성됐다.

양기환 문화다양성포럼 상임이사는 스크린쿼터 반대 운동 등을 해왔고, 법무법인 로텍 권정순 변호사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으로 활동했다.

법무법인 다산의 조지훈 변호사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소송을 대리하는 등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변춘희 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등도 당외 위원으로 특위에 결합했다.

당내에서는 한성욱 서울시당 운영위원, 윤영태 전 민주노동당 인터넷실장, 김혜영 전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위원장 등이 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9일 1차 회의에서 상견례를 한 특위는 산하에 선거관리분과, 온라인투표분과, 현장투표분과를 두고 조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1일 오전 2차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 활동에 착수했다.

국민여론도 진실규명을 더욱 원하고 있고 풀어야할 시급한 부분으로 꼽고 있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6~27일 전국 19살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 여부와 관련, 응답자의 51.1%가 "객관적 조사를 통해 부실과 부정의 정도를 명확하게 밝힌 뒤에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