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고명진(41·현 ㅇ의원 보좌관)씨가 9일 ‘양심고백’을 하고 나섬에 따라, 돈봉투 살포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했던 박 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 등의 거짓말이 백일하에 드러나게됐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정당법 제50조(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를 적용한 형사처벌 여부인데, 검찰 내에선 벌써부터 이들에 대한 '선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을 부리는 쪽에서 '정무적 잣대'로 검찰 수뇌부를 압박하고, 이를 감지한 수사팀이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다시 권력층 봐주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9일 "지난 주말 고씨를 비공개 소환했고, 그 자리에서 고씨가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박희태 캠프의 실무자로 일했던 고씨의 진술은 “고승덕 의원실에서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려받은 뒤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 수석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으로, 300만원 돈봉투 사건에 박 의장과 김 수석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진술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주말에 이런 진술을 받아놓고도 박 의장 등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하지 못한 채 미적대면서 이제는 선처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근 “박 의장은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아서 고개 푹 숙이고 있다가 당 대표 시켜준다니까 나선 것인데 (돈봉투 사건에) 실제로 자기가 관여했다고 하더라도 이거 가지고 기스(흠집) 나기는 억울할 것”이라며 박 의장을 두둔했다. 또 “김효재 수석도 당 대표 만들어주라고 해서 기획한 사람인데 이제 와서 책임을 지라고 하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 의장과 김 수석의 거짓말과 돈봉투 살포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놓고도 강력한 처벌은 물론 수사의지마저 보이지 않고 선처부터 할 생각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이 이 사건의 정치적 봉합을 들고나오는 듯한 태도다.

이런 분위기 탓에 고씨의 자백과 언론보도, 그에 따른 박 의장의 전격 사퇴가 검찰과의 사전 교감 또는 조율에 따른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사퇴의 변을 보면 의장직 사퇴로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사법적 책임은 받지 않으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의장 쪽은 이날 의장직 사퇴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졌으니 검찰에 소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만약 범죄를 숨기려고 거짓말을 계속해온 고위공직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될 것이란 지적이다.
당연히 박 의장과 김 수석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처벌이 뒤따라야한다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