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에 우승 도전에 내선 한국 축구가 약체로 인식했던 요르단에 혼쭐난 끝에 2대2로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다.

앞서 일본이 이라크에 1대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데 이어 한국도 충격패를 당하기 일보직전에 90분 종료 타임에 간신히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투 마마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맞붙어 2-2로 비겼다.

바레인전을 3대1로 승리하며 쾌조의 출발을 한 피파(FIFA)랭킹 23위인 한국은 요르단(87위)에 객관적으로 앞섰지만 요르단은 예상보다 강했다. 한국은 요르단을 압도하지 못한 채 오히려 경기 초반부터 밀리며 연속 2실점하며 패배위기까지 몰렸다가 경기 종료 직전 기사회생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1분 나온 황인범의 슈팅에 이은 상대 자책골로 무승부를 거두고 부활했다. 

한국은 캡틴 손흥민(31)이 전반 9분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요르단의 반칙으로 얻은 페

널티킥을 차분하게 요르단의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전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다. 요르단의 유일한 유럽 5대리그 소속 에이스였던 알타마리에게 돌파를 허용하며 수비진이 유린당했다.

요르단이 한국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장면을많이 만들어냈고, 세트 피스 등의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수비 마크가 이뤄지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4골을 합작한 요주의 대상인 알 타마리, 알 마르디, 알 나이마트를 감당하지 못했다.

공격도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패스 전개도 평소보다 훨씬 세밀하지 못했고 쉽사리 요르단 진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횡패스와 백패스가 많았다.

이강인과 손흥민 등이 개인기로 돌파에 나섰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답답함이 이어졌다.

요르단을 상대로 한 역대전적 3승2무의 무패 기록도 깨질 뻔했다. 최근 요르단전에서 3연승했지만 두 골차 이상의 승리는 없을 만큼 요르단은 까다로운 존재였고 이번에는 요르단 전 첫 패배 위기까지 몰렸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첫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 박스안에 침투한 손흥민을 상대 수비가 막으려던 중 반칙을 범했다. 손흥민은 에샨 하디드의 뒷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결국 오랫동안 비디오 판독(VAR) 끝에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전반 9분 손흥민은 힘을 뺀 파넨카킥으로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속이며 요르단의 골망을 갈랐다. 페널티킥 득점을 올린 이후 손흥민은 십자인대 부상으로 아시안컵에서 이탈한 주전 골키퍼 김승규의 유니폼을 들어보이며 동료를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반 13분 손흥민의 슈팅으로 한 차례 요르단의 골문을 노린 한국이 20분 한 차례 더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전반 28분 한국은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

한국은 공격 도중 공을 빼앗기면서 역습을 당해 상대 공격의 돌파를 허용했다. 결국 후방에서 수비에 가담한 황인범이 반칙으로 오픈 찬스를 맞을 뻔한 요르단의 공격을 끊었다. 페널티 박스 가까운 앞쪽에서 이어진 프리킥 기회서 요르단의 나시브가 수비벽을 넘는 강력한 슛을 날려 간담을 서늘케 했다.

조현우가 그림 같은 다이빙 펀칭 선방으로 이를 막아낸 것.

요르단은 전반 34분 올완이 한국의 볼을 빼앗아 한국진영을 돌파해 들어온 후 슈팅을 때렸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36분에는 유기적인 패스에 이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보냈지만 다행히 김민재가 몸싸움 끝에 간신히 저지했다.

한국은 요르단의 파상공세에 결국 전반 37분 동점골을 내줬다. 코너킥 상황에서 박스 왼쪽으로 크로스가 올라오자 알 야랍을 막으려고 경합한 박용우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가는 자책골이 됐다.

한국은 반격에 나서 전반 43분 상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손흥민이 상대 수비벽을 피해 휘어차기를 시도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상대 수비에 살짝 맞고 나가는 장면이 보였지만 주심은 그대로 요르단의 골킥을 선언한 것이 아쉬웠다.

한국은 전반 추가 시간 5분 만에 알 타마리가 빠른 드리블 돌파에 이어 날린 슈팅이 박용우에게 맞고 굴절되자 알 나이마트가 이를 잡아 정확한 슈팅으로 왼쪽 골망을 가르는 역전골을 내줬다.

전반은 1-2로 마쳤다.

전반 종료 상황 볼 점유율은 한국이 53%로 다소 앞섰지만 슈팅 숫자는 8대8로 요르단과 같았다. 유효슈팅은 요르단이 3대2로 더 많았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반 내내 부진했던 이기제를 빼고 김태환을 투입했다. 자책골과 추가 실점의 빌미가 됐던 박용우를 빼면서 홍현석을 투입했다.

그러나 1골 차 리드를 잡은 요르단은 후반 수비진을 강화하면서 한국은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어쩌다 나온 슛팅 기회에서는 허공이나 골문을 번번이 벗어났다.

후반 19분 한국은 오른쪽의 김태환으로부터 시작된 공격에서 패스를 이어 받은 홍현석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홍현석은 단독 찬스에서 조규성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슈팅은 턱없이 골문을 벗어났다. 비록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골 결정력의 아쉬움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국이 측면을 이용해 공격을 풀었다. 

후반 21분 설영우의 크로스가 상대에게 굴절되면서 아쉽게 박스 안의 조규성에게 연결되지 못했다. 이강인이 회심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한국은 후반 24분 이재성과 조규성을 빼고 정우영과 오현규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27분 정승현의 헤딩슛은 상대 수비에 막혔다. 

요르단도 후반 29분 아부 하시시와 파디 아와드를 투입하며 교체카드 2장을 썼다. 

한국은 이후 이강인과 손흥민의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을 앞세워 공격 기회를 만들려고 애썼다. 후반 30분 손흥민이 왼쪽 박스 바깥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들인 이후 측면으로 침투한 설영우에게 패스를 내줬다. 설영우가 곧바로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아쉽게 오현규의 머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어진 후반 34분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돌파를 동해 크로스를 올렸지만 이번에도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35분 한국이 손흥민의 얻어낸 반칙으로 얻은 기회서 오현규의 패스에 이어 왼쪽 측면으로 파고든 정우영의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 위를 크게 벗어났다. 

후반 36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기회를 잡은 손흥민이 중앙의 이강인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곧바로 이강인이 때린 슈팅은 상대 선방에 막혔다. 

튕겨져 나온 세컨볼을 오현규가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하려 했지만 상대 수비를 가격하면서 공격자 반칙이 됐다.

후반 정규 시간이 종료될때까지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패색이 짙어지던 시점에 황인범이 한국을 살렸다.

김태환이 라인을 타고 끝까지 드리블 돌파를 한이후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받은 손흥민이 뒤쪽의 황인범에게 패스를 내줬고 황인범이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고, 상대 수비 알 아랍의 발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용우의 자책골에 알 아랍이 다시 한국의 동점골에 관여된 장면이었다.

한국이 극장골 기회를 놓쳤다. 후반 추가 시간 10분 한국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박진섭의 두 차례의 슈팅이 모두 빗나갔고, 이후 튕겨져 나온 세컨볼을 잡은 홍현석의 왼발에 마지막 슈팅이 정확하게 걸리지 않으면서 옆 그물을 때렸다.

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시도한 이강인의 공격도 오프사이드로 선언되면서 더이상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개운치 않은 기억은 빨리 털어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조현우는 경기 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를 했지만 실점했기에 많이 아쉽다. 다음 경기가 남아 있고 빨리 회복해서 잘 준비하겠다"며 "승규 형의 부상은 안타깝다. 그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빨리 잊고 앞으로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신다면 성적으로 꼭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같은 조에서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말레이시아는 1차전에서 요르단에 0-4로 완패한 데 이어 20일(현지시간) 바레인에 0-1로 패해 조 최하위가 확정됐다. 요르단은 조 3위로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회 16강에는 각 조 1∼2위와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