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사망소식에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환영하며 리비아 국민에게 축하를 보냈다.

그러나 리비아 공습을 주도하고 철권통치의 종식에 환영하는 서방지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카다피와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이중성을 드러내는 그들이 카다피를 비난만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중동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21일 서구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했다. 그는 미국, 영국 등이 카다피의 기행에 침묵하거나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총리 시절 카다피를 국제사회로 복귀시키는 데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규방파티까지 함께 즐기며 전세가 기울기 전까지 카다피를 지지했던 절친한 친구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렇게 카다피와 가깝게 지낸 결과 서구의 석유 기업은 리비아 내 석유탐사권을 따냈고 건설업체들은 카다피 가족을 위한 호텔과 쇼핑센터를 지을 수 있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 MI6, 독일 정보기관은 고문으로 악명 높은 리비아에 테러용의자를 넘기고 리비아 정보기관과 정보를 교환해온 사실도 카다피 축출 후 드러났다.

카다피 체포에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영국, 프랑스 등이 정작 카다피가 유혈 진압에 사용한 무기를 수출했던 장본인이다.

심지어 리비아 내전이 한창이던 7월 중국 국영 군수업체는 카다피에게 무기를 대량 판매하려 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2월 중순 영국산 진압 장비를 리비아에 판매하려다 문제가 되자 서둘러 무기수출 허가를 보류했다.

이런 서방지도자들의 표정의 백미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그는 20일(현지시간) 미 CBS뉴스와 인터뷰 도중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소식에 농담까지 던졌다. "왔노라,보았노라, 그는 죽었노라"라며 고대 로마 정치인 겸 장수인 케사르의 승전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이용한 것이다.

그는 해외출장 중 보좌관이 건넨 블랙베리폰을 통한 사망소식 보고 "와우"라고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그는 18일 리비아를 전격 방문한 것이 카다피의 죽음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클린턴은 처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가 이내 "확실히 관계가 있다"고 180도 다른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