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특사 명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9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사면대상과 범위를 논의했다. 정치인은 배제하고 경제와 민생 관련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사면 가능성이 유력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특별사면 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특사 명단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등의 사면을 요청하며 구명운동을 펼쳐왔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징역 2년 6개월의 형기가 지난달 종료됐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특사에서 복권되면 취업제한 5년이 풀려 경영활동에 적극 나설 수 있고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열리게된다. 

시민사회계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해 경제인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8.15 가석방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복권'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정에서 선처를 호소하며 국가와 사회에 약속했던 노동조합 인정과 상생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삼성 서초사옥 주변에는 이 부회장이 약속했던 노동자의 존재 인정과 상생 이행이 빈말이었음을 보여주듯 삼성과 관련된 정우형 씨 사망과 협력업체 김두찬 대표, 과천철거민 문제 등 현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삼성이 이윤추구에 몰두하면서 불법과 상생의 공동체 파괴로 피해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약속이 공염불이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정상적인 노동조합 설립마저 감시와 탄압을 받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들어 삼성전자에서만 노동조합 설립과정에서 해고된 뒤 복직투쟁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노동자만 3명이다. 삼성전자 노조원의 잇단 죽음은 삼성에 의한 간접 타살이라는 지적이다.  

올들어 지난 5월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사 직원 정우형 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던 중 생을 마감했다.

정씨는 2015년 삼성전자 천안센터에서 협력업체에서 근무 중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7년여에 걸쳐 삼성에 복직을 요구해왔다. 

이 부회장이 노조 인정을 선언하면서 삼성에도 노조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속에 누구보다 정씨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발언은 재판에서 형량을 낮추려는 꼼수에 불과했다.

정 씨의 유족은 고인의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한 채 분노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노조 인정을 형식적으로나마 발표하도록 하는 초석이 됐지만 정작 사측은 물론 노조에서까지 외면당하면서 죽음의 몸짓으로 부당함을 알렸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2013년부터 민주노조 건설과정에서 최종범, 염호석 씨 등 두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삼성의 노조 불인정은 삼성미래전략실 문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삼성SDS 노무담당은 재판에서 위증까지 했다가 뒤늦게 적발됐다.

노동조합 건설을 막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감시체계를 가동했던 사례도 드러났다. 삼성의 노조 탄압은 삼성SDI의 사례에서 드러났다. 삼성SDI는 검찰 수사를 통해 7년 만에 노조원에 대한 감시 행위가 드러났고 법원도 이를 확인했다.

삼성SDI의 인사팀(노무 담당) 차장과 상무를 지낸 임봉석 삼성중공업 고문은 해고자 이만신 씨의 해고무효소송에서 위증 혐의로 기소된 뒤 올해 6월 유죄(벌금 500만원) 판결을 받았다. 

2019년 말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의장 재판 과정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삼성 노조파괴 문건'에서 임 고문의 위증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2021년 6월 1심에서 임 고문에 대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고 2심에서 창원지법 제1형사부는 지난 6월 임 고문에게 1심보다 형량이 감경됐지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고법(민사1부)도 올해 6월 이씨가 이상훈 전 의장과 강경훈 전 부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4명과 삼성SDI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삼성SDI가 이 씨한테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6월 부산고법에서 열린 이 씨의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삼성SDI가 이 씨를 MJ(문제) 사원으로 분류하고 감시했던 것과 관련 MJ 사원에 대해 "모른다"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위증했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삼성SDI가 원고를 'MJ(문제) 사원'으로 지정하고 감시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인정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맞서 싸워온 노동자가 복직투쟁 중 쓰러지면서 건강에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김성환 삼성 일반노조 위원장은 최근 뇌경색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일반노조는 홈페이지에 지난 3일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전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15일 인천시 소재한 길병원 이길여 이사장 구속 촉구 시위를 끝내고 귀가한 뒤 심각한 뇌경색 증상을 보여 정신을 잃은 채 119구급차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김 위원장은 혈전용해시술 등 응급처치를 한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다가 7월 28일 재활전문병원으로 이원했다. 삼성일반노조는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 사옥 앞에는 삼성그룹 협력업체 피해를 호소하는 국산공업 김두찬 대표도 오랜기간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납품거래를 했다고 밝힌 김두찬 씨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삼성계열사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를 자신의 업체로 떠넘겨 사망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김씨가 관련 내용을 적은 현수막을 걸어놓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시위를 진행중이다.<사진 김두찬씨 제공>

김 대표는 삼성중공업 협력업체로 주문자상표제작방식(OEM)으로 기계를 제작 납품거래하던 중 삼성건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자 자신의 업체 에서 죽은 것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측이 산재보험 인상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이 무성의하게 나오자 지난해 7월30일 오전 서초사옥 인근의 강남역 교통관제탑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김 씨의 외침에도 가석방조치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8월 김씨는 다시 강남역 사거리의 가로수위로 올라갔다.
교통관제탑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땡볕 아래서 이 부회장에게 책임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상생실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또다른 예로 철거민 문제가 10년이 훨씬 넘게 방치된 상태다. 

삼성물산이 과천주공 3단지를 재건축하면서 상가 세입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해당 지역은 건설시장에서 노다지로 불리던 곳이다.

삼성물산은 재건축 과정에서 대부분의 세입자들에게 배.보상을 실시하고도 현재 세입자 3명에 대해서는 18년째 마무리하지 않고 있다. 

과천철거민대책위는 이건희 회장에서부터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돌아온 건 탄압 뿐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삼성 서초사옥 앞에는 삼성 측이 동원한 직원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던 상황이 사진에 생생하게 기록돼 전시되고 있다.

삼성 측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사면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사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징역형은 이미 심급을 거치면서 상당히 감경됐고 친삼성정권인 노무현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까지 사면권 남용과 촛불혁명 정신을 저버리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단행했다.

이 부회장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에 의해 혜택을 이미 상당히 입은 상태로 현재도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까지 이 부회장에 대해 복권까지 결정한다면 문재인 정권에 의해 무너진 공정과 상식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부활하는 셈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치열한 여론작업을 펴고 있지만 겉으로는 매우 신중한 분위기다.

삼성그룹 측은 이와 관련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 삼성그룹 측 "드릴 말씀이 없다",, 사면여부 촉각 속 신중, 말아껴

삼성 관계자는 9일 "8.15 특사와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이 결정하시는 사안이다.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는 것이고 대통령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는데 저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서초사옥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안과 관련 상생 실천이 없는데 경제인 사면혜택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분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삼성 주변에서는 오랜 기간 방치된 채 매듭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상생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인에만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비판이 있는데 삼성 측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대답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형량 감경을 해주기 위해 권고해 이뤄진 발표대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만큼 형량을 다시 원상태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 측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을 위해 치열한 여론전을 진행했다.

시민사회는 삼성같은 거대 재벌기업이 고도성장기에 정부의 각종 특혜와 지원 아래 성장하는 과정에서 짓밟힌 희생자들을 치유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통해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위적인 여론전을 통해 특사 포함을 도모하는 것에 쐐기를 박아야 공정과 상식, 경제범죄에 단호했던 윤석열 정부에게 맡겨진 국민기대를 충족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사면권을 남용했다는 평가를 받은 문재인 정권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에서 촛불혁명이 구속한 이 부회장에 대해 8.15 가석방을 단행하면서 촛불혁명을 참칭하고 위장해 온 친재벌 정권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