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의 마지막 편법 꼼수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표를 찍었다.

야당은 막장 검수완박 드라마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시간까지 옮겨가며 자신의 퇴임 후 안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 그 자체였다. 퇴임 일주일 남기고 일상을 깨는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국회에서 넘어온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 공포했다.

이에 따라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행정 절차는 사실상 일단락됐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국무회의는 시간을 조정해 개최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책임있게 심의해 의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규정하는 등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검찰 내에서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나가는 한편, 부당한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듯한 설명이다. 

그는 특히 "우리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했고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정원 개혁 등 권력기관의 제도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이어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의 원리에 따라 권력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같은 성과에도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입법 절차에 있어서는 국회의장의 중재에 의해 여야간 합의가 이뤄졌다가 합의가 파기되면서 입법과정에 적지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국민의 삶과 인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무위원들은 부처 소관을 떠나 상식과 국민의 시각에서 격의없이 토론하고 심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의힘과 검찰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어서 향후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검찰에서는 처음부터 꼼수로 시작된 법안 처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꼼수로 완성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과 검찰은 문 대통령에게 마지막 정상적인 대통령 책무를 기대하며 거부권 행사를 호소했지만 문 대통령은 듣지 않고 국회가 처리한 법안을 그대로 의결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가 이번 법안 처리에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잘된 합의"라며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평가를 보냈다.

검경 수사권 분리 때와 달리 여론은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원칙에 찬성하면서도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는 국가 수사역량 감퇴와 정치권 방탄용이라는 우려와 함께 반대가 많았다.

민주당이 강행처리만큼 부담 역시 커진 상황에서 중재안이 나왔고 국민의힘도 한때 합의하면서 민주당은 이를 최소한의 명분삼았고 청와대 역시 중재안에 쾌재를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도 "검찰은 때때로 무소불위 아니었나. 이는 대한민국에서 상식"이라며 "민주적 통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크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역시 그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실상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입법에 청와대와 정부가 국무회의 일정까지 조정하며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애초 이날 국무회의 개의 시각을 오전 10시로 공지했으나 같은 시각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오후 4시로 이를 한 차례 연기했다. 이후 다시 오후 2시에 국무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 공포 후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 연기라는 꼼수로 당일 오전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불과 6시간도 되기 전에 공포했다"며 "74년 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의회주의와 법치주의가 조종을 고했다"고 비난했다. 헌정사 이후 죄형법정주의를 이루는 근간인 국가사법체계가 무너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역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하다"며 "국회는 물론 정부에서 조차도 심도 있는 토론과 숙의 과정을 외면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한 것을 행정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책임부분을 줄이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도 두고두고 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