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이 아닌 서초구 내곡동에 새 사저(私邸)를 짓기위해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저부지는 이 대통령 부부 명의가 아닌 아들 이시형(33)씨가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부지 매입비용의 출처와 관련 의혹이 일고있다.

역대 대통령의 사저가 모두 대통령 본인이나 부인 명의로 된 것과는 다른데다 부지 매입비용 마련 경위에 대해의문이 커지고 있다.

◆논현동 자택두고 부지 MB 아들 명의 구입 논란

청와대는 9일 이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및 경호시설 건립 부지로 지난 5월 내곡동 헌릉로 능안마을(서초구 내곡동 20-17 일대 9필지)에 사저용 부지 140평(약 462㎡), 경호시설용 부지 648평(2138㎡) 등 9필지 788평(2600㎡)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경호시설 부지는 최소 200평(660㎡) 정도가 필요한데 지난해 국회에서 경호시설 부지 매입 예산이 7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삭감돼 논현동 자택 주변의 부지를 100여평(330㎡)밖에 구입할 수 없었다"며 "특히 논현동 자택은 주택밀집지이고 인근에 3, 4층 건물이 있어 경호상 문제로 대체 부지를 물색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9필지 중 3필지가 이 대통령 부부가 아닌 시형씨와 대통령실 공유지분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아들 명의는 극히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 부부가 살 경우 호가가 높아져 경호시설 부지 가격 상승이 우려됐기 때문에 시형씨 이름으로 거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그 땅 위에 건물(사저)을 지은 뒤 납세, 법적 절차를 거쳐 (부지를) 도로 취득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지적공사에 측량을 의뢰한 상태로 다음주쯤 측량이 완료되면 서초구청에 시형씨 지분과 대통령실 지분에 대한 지적 분할이 신청될 예정이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로 사용할 부지로 9일 오후 공개된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20-17 일대 9필지(788평)는 한정식 음식점으로 사용돼왔던 곳으로 기존 주택을 허물고 추가 구입한 땅을 합쳐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3천6백만원 재산의 시형씨, 부지구입 자금 어떻게?

청와대는 사저 부지 비용 11억2000만원은 시형씨가 지급했고, 경호시설 부지 42억8000원은 예산과 예비비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형씨가 지급했다는 11억2000만원의 출처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시형씨는 2007년 365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뒤 2010년 3년째 고지를 거부하고 있다.

그동안 시형씨의 재산이 크게 늘지 않았다면 11억2000만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와대는 11억2000만원 중 6억원은 이 대통령 부부 명의로 된 논현동 자택 중 김윤옥 여사의 지분 100평(330㎡)을 담보로 시형씨가 대출을 받았으며 나머지 5억2000만원은 차용증을 주고 친척에게 빌렸다고 해명했다.

앞서 일각에서는 시형씨가 총 17억6000만원을 '투자'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재산 가치가 없어 토지와 모두 합쳐 11억2000만원에 매입한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

◆호화사저 논란 내곡궁 되나 ?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는 일단 역대 대통령이 기존 자택을 개축해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존 논현동 자택을 놔두고 또다른 강남의 또다른 곳에 자택을 마련한다는 것이어서 자기집 조차 없는 서민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투기성으로 비쳐질 수 있다. 강남 내곡동은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다.

규모도 역대 대통령의 경호실 규모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경호동 매입비용만 42억 8천만원으로 한나라당 나경원 전 대변인(현 서울시장후보)과 홍준표 대표가 노방궁으로 비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억5천만원의 15배가 넘는 금액이다.

면적도 역대 대통령 사저 경호동 가운데 최대규모인 2142㎡(648평)에 이른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사저경호동 1788㎡(541평)보다도 100평이상 크다.

청와대는 경호동이 최소 200평은 돼야하는데 논현동 자택은 100평 정도밖에 구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시설은 주차장까지 포함해 228㎡(68평)에 불과하다.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은 청와대는 지난해 경호시설 부지 매입 예산이 7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삭감됐다고 밝혔는데 예산이 그대로 다 배정됐다면 얼마나 더 규모를 키우려 했겠느냐"며 "국민감정을 헤아리지 않는 청와대의 뇌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