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원 청각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에 대한 판결 적절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를 통해서다.

청각장애학생을 수용하는 특수학교내에서 교장을 비롯해 교직원들이 여자원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성폭행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를 보다 못한 교직원이 2005년 6월 성폭력 센터에 신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를 구성해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나섰고 그해 11월 김모 행정실장과 이모 생활재활교사 등 2명이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으며 1·2심을 거쳐 각각 징역 1년과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 교사가 더 있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 8월 재단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와 함께 앞서 기소된 김모 행정실장 등 2명을 포함해 김모 교장 등 모두 6명을 고발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행정실 직원 1명은 빠지고 5명만 기소됐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 6명중 2명만 실형 = 이후 법원은 2008년 1월 1심 재판 선고에서 이들의 성폭행·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김 교장(2009년 사망)는징역 5년과 추징금 300만원을, 김 행정실장은 징역 8월, 이모 교사는 징역 6월,  박모 교사에게는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김 행정실장은 혐의 일부를, 전모 교사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거나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해 7월 2심 재판에서는 김 교장과 박 교사도 "피해자와 합의해 고소가 취소됐고 전과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6명이 기소됐지만 '합의했다', '항소했다'는 이유로 6달만에 2명만 실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영화 도가니 열풍을 계기로 인화원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면서 당시 사건형량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고 주요 가해자인 교장 등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판부가 이 학교에서 생활한 장애인 청소년이 교사의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없었고 고소를 할 수도 없었다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고소 취소 등의 양형 참작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사건의 중대성과 죄질을 감안할 때 일반인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김 행정실장 등 2명의 1심 재판 때 광주지방법원장을 지내고 퇴임한 박모 변호사가 변호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관예우'라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이와관련 당시 2심재판을 맡았던 부장판사는 교장 등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항소심 도중 피해자가 고수를 취소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영화 도가니 방영을 계기로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재수사 촉구 서명이 들불처럼 번지며 인화원 사건이 재조명 되고 있다.

이슈로 등장하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2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도가니에 대해 보고받았다"며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데 어떤 경로로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당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