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출하자와 소비자를 위한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을 위해 설립된 농산물도매시장이 투기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업과는 무관한 건설, 어업, 사모펀드 관련 투기자본이 도매시장법인의 지배주주로 참여해 안정적 독점 이익을 챙기면서 농업분야 재투자가 아닌 투기성 자본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농식품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는 5개 도매시장법인(경매회사)과 농협중앙회 가락공판장이 있는데 5개 도매시장법인에 철강, 무역, 건설업체 등 대기업이 최대주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과 무관한 먼 대기업들이 현금수수료를 받고 거래가 이뤄지는 농산물시장을 '캐시플로어'로 삼아 도매시장법인을 운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매시장법인도 상법상 주식회사여서 투자에 대한 이윤추구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화된 유통시스템 구축을 위해 개설된 공영도매시장이란 점에서 지나친 사익 추구를 방치하기에 심각한 상황이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지배주주 현황'에 따르면 서울청과는 고려제강,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태평양개발),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 대아청과는 호반건설이 지배주주다.

태평양개발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건설 계열사이고 신라교역은 어업서비스업체다. 더코리아홀딩스는 학교법인인 일신여상과 관련 있는 펀딩회사로 알려졌다.

건설업체가 2곳,  어업관련 1곳, 학교 관련 1곳, 제철 관련 1곳이 농산물 유통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배당으로 받아가면서 농업 발전에는 관심없고 이윤 추구에 방점을 두고 있다. 

30년 역사의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은 최근 10년 사이 안정적 독점 이익을 노린 대기업 자본으로 사고팔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최근 동향을 살펴본 결과 동화청과는 2010년 동부한농 280억원에서 2015년 칸서스네오로 540억원에 팔려 260억 매각차익을 남겼다. 칸서스네오는 불과 1년 만인 2016년 서울랜드로 587억원에 매각해 47억의 차익을 남겼다. 서울랜드는 2019년 신라교역으로 771억원에 넘겨 184억원을 챙겼다.

또 대아청과는 1995년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된 뒤 2019년 대기업인 호반건설 에 560억원에 넘겨 510억원의 매각차익을 올렸다.

가락시장에서만 사고팔기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경기 구리도매시장에서 사모펀드 2곳이 구리청과를 290억원에 사들였다. 

이같은 사고팔기는 도매시장법인 안정적인 독점수익 창출을 노린 투자자들만의 자본속성상 농업분야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지고 투기적자본의 인수 및 매각 반복의 폐해가 지속돼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5개 도매시장법인의 현금 배당성향은 평균 35.1%를 기록했다. 이는 유사업종 대비 1.4배 수준이다. 특히 2019년에는 현금배당이 무려 81.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인은 수탁독점권을 이용해 과도한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현행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의 경매를 통해 농산물이 유통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도매시장법인이 수탁 독점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방식에 사실상 경쟁을 막고 있어 '땅에서 헤엄치기'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

최근 4개년('15~'18년) 가락시장의 5개 도매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7.6%로 유사업종 대비 6.5배, 일본 동경도 도매시장법인 대비 3.4배 높은 수준이다.

◆ 농민이 부담하는 위탁수수료마저 담합, 연간 농민 부담 수수료 6천억원 = 게다가 위탁수수료 담합행위도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위탁수수료 담합으로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도매시장법인들이 독점적 이익을 누리면서도 공익적 역할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생산자에게 주는 출하선도금은 2019년 기준으로 가락 도매시장법 429억원, 강서 시장도매인 577억원, 가락시장 상장예외품목 532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액에서 출하선도금 비중을 보면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1.2%에 불과하다. 강서 시장도매인(8.3%), 가락시장 상장예외품목(11%)에 크게 못미친다.

전국농민단체 관계자들은 "가락시장이 출범 당시와 비교해 얼마나 탐욕적, 투기적 시장으로 변질됐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농정 대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농민이 부담하는 도매시장법인 위탁수수료는 연간 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발간한 '농수산물도매시장 통계연보'에 따르면 농민이 부담한 위탁수수료는 청과도매법인 89개소에 5,586억원, 수산도매법인 30개소에 318억원 등 5,904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도매시장에서는 용도폐기된 경매제 유지를 위해 농민들이 연간 6000억씩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 수매비축과 방출, 산지폐기 등에 지속적인 재정이 연간 2000억원 이상 투입되고 있다.

농안법 제1조는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안법 취지에 맞도록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에는 <경매제도 개선 필요성> 관련 <긴급진단(하) "농식품부 법안 통과 20년 지나도 미적, 수탁독점 경매제 수술 시급"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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