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2017.9)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으로 16대 대법원장에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정반대로 행동한 것으로 드러나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신뢰에 큰 금이 갔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식 때는 사법부에 대해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렬 친여 성향의 지지자들이 판사들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그랬던 그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부산고법 임성근 판사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크게 실추됐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사표를 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5월 22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부하 직원인 임 판사의 사표 제출에 수리를 거부하고 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었음이 녹취록을 통해 나타났다.

임 판사의 잘잘못을 떠나 당시에는 실행 의지도 별로 없던 여당 일각에서 나온 탄핵 발언에 김 대법원장이 더 정치적이었음을 보인 것으로 삼권분립을 지켜낼 적임자가 아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라고 정치권의 분위기를 살피는 발언을 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하잖아"라고 말한 것으로 녹취록에 기록돼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탄핵 추진을 하자는 얘기가 거론되던 때였다. 여당의 분위기를 살핀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국회의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에는 사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9개월 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은 대화록 후폭풍에 휘말렸다. 여당은 임 판사가 몰래 녹음했다는 비본질적인 부분을 거론하며 빠져나가고자 하는 모습이다.

여당은 지금에 와서야 탄핵을 추진한 것은 명분도 없는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동만 해온 것의 연장선에 불과해 입을 뗄 자격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임 판사 탄핵소추를 한 명분이 있으려면 정치적 판단을 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부터 내놓아야 한다.

대법원장의 행태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