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회는 전날(4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표결에 부쳐 탄핵소추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179명, 반대 102명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범여권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석을 제외하더라도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임 부장판사의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결정 시 헌법재판관 9명 중 6인 이상이 찬성으로 결정된다. 헌재는 임 판사 탄핵소추건을 배당한 뒤 인용, 기각, 각하 중 결정하게 된다.

이번 탄핵소추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정의당 등이 공조했다.
174석의 절대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연이틀 의원총회에 격론끝에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 추진을 결정했고 일주일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의혹으로 사법농단에 연루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야당 반발로 2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 파행우려나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역풍을 우려해 당론으로 정하지 않는 등 신중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 등이 적극 나서고 100명 이상의 동참 의사가 확인되면서 입장을 탄핵 추진으로 선회했다. 

민주당은 사법농단 임 부장판사 탄핵 추진을 촛불혁명 정신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당내 역풍을 더 의식한 결과라는 관측이다.

임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고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에 도움을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탄핵 열차에 승차했다.

당 지도부는 "탄핵안 발의를 허용한다"며 형식상 표결을 자유투표에 맡겼지만, 지난 1일 여야 161명이 공동발의한 임 판사 탄핵소추안에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함께 이름을 올리면서 사실상의 당론으로 추진했다.

이 대표는 본회의 탄핵소추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회가 책무를 다하도록 해달라"며 찬성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은 분위기 속에 이날 본회의에서 임 판사 탄핵소추안은 179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범여권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석을 제외하더라도 민주당의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의결 직후 서면논평에서 "탄핵안 통과는 사법부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입법부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임 판사는 향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헌법위반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탄핵소추안 추진을 지켜보면서 민주당에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촛불계승연대 등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에 적극 나서온 시민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민주당 이탄희 판사에게 탄핵소추 대상으로 임 부장판사 등 2명을 지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시민사회의 요구와 달리 정치적 효과가 큰 임 부장판사를 타켓으로 정했다고 촛불계승연대는 비판했다.

이번 탄핵소추 가결과 관련 3권분립 정신이 훼손됐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3권분립의 한 축으로 입법기관인 국회가 3권분립을 해치는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