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미국과 긴 대화를 가질 필요가 없다.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

김성 유엔주재 조선 대사가 "비핵화 협상은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일부 외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미국이 국내 정치적 아젠다를 위해 시간벌기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은 이미 테이블에서 내려갔다고 사실상 비핵화 협상이 중단됐음을 선언했다. 

AP·AFP·로이터통신 등은 주말인 7일(현지시간) 김성 대사는 미국이 '국내 정치적 어젠다'를 위해 '시간벌기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 협상을 요구한데 대해 시간벌기 속임수(time-saving trick)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  것이다.

김 대사의 성명은 조선 국방과학원이 전날(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탄(ICBM) 고체연료를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김 대사는 "조선을 질식시키려는 시도에서 적대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는 국내 정치적 어젠다로서 조미대화를 편의주의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간벌기 속임수"라고 지적했다.

북측이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셈법 제시를 전제로 한 조미 정상회담의 연말 시한을 넘겨서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2020년 대선용 소재로 이용하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 미국과 긴 대화를 가질 필요가 없다.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그 추종국들을 향해 더이상 비핵화 협상에 미련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비핵화 협상재개를 위한 논의를 가진 바 있다.

김 대사의 발언은 전날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조선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다음날 곧바로 나온 것으로 연말까지 미국의 선제적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협상은 더이상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앞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1월 19일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달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국 쪽에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북 전문가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최선희 부상이 이미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얘기했고 핵 문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앞으로도 미국과 그 추종국 한국이 바라는 비핵화 논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전향적인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하지 않는 한 다시는 협상테이블에서 만날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경제개발에 총력하되 자력갱생에 의한 삼지연지구와 중평 남새온실 및 묘목장에 이어 양덕온천지구, 어랑천발전소 준공 등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데서 보듯이 자력갱생에 의한 성공에 초점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사는 북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유럽지역 국가들의 비난 성명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반박했다.

김 대사는 유럽지역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의 '대북 규탄' 성명에 대해 "이는 또 다른 심각한 도발"이라며 "조선은 국가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정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정당한 방위력 증강임을 역설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이들 유럽 6개국은 최근 몇 달 간 미국의 애완견 역할을 하기 위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호의를 베푸는 대가로 무엇을 얻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국에 의도적으로 아첨하는 비열한 행동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앞서 유럽지역 6개국 유엔대사는 지난 4일 북한의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응해 안보리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미국은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