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인 현직 구리시장과 수사책임자인 구리경찰서장이 수사기간 중 고급 음식점에서 술자리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해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 3일 전에 만났고 술값 등 식대는 자리를 주선한 민간인이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관수 경기 구리경찰서장(사진 왼쪽)이 6.13 지방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안승남 구리시장(사진 오른쪽)을 사건 송치 3일 전인 지난 8일 독대 형식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만남 장소인 구리시 인창동의 고급 음식점으로 음식값은 자리를 주선한 민간인이 지출했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지휘했지만 경찰은 최종적으로 수사 착수 당시 혐의보다 축소 기소의견을 덧붙여 검찰로 넘겨 이날 만남의 배경에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구리경찰서와 구리시, 각계 제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안승남 구리시장과 변관수 구리경찰서장이 구리시 인창동 소재 H일식집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에서 안 시장과 변 서장은 복분자주 6병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경찰서는 안승남 시장에 대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4건을 수사했다. 두 사람이 만난 날은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11일) 하기 3일 전이다.

당시는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던 사항이 4건에 달해 향후 선거법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던 상황이었다. 

이날 자리까지 변 서장은 안 시장이 혐의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란 점을 감안해 만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 서장은 안 시장과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 '구리시 통합방위협의회'에 불참한 것은 물론 안 시장이 경찰서 내에 설치된 만남의 카페 오픈 2주년 행사까지 참석했지만 변 서장은 경찰서에서 나가 외부에 있다가 들어올 정도로 신중한 처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송치 3일 전 전격적으로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만남은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Y병원 윤모 행정원장이 주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모 원장은 구리경찰서 인권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어 경찰서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구리경찰서장이 안승남 시장과의 만남을 계속 피했다고 들었는데 전임 박영순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모 보건소장이 임명된 이후 Y병원에 대해 조사가 집중 실시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만남이 이뤄졌는데 이것이 우연인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임 박 시장은 안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다. 

실제로 본지가 구리보건소를 취재한 결과 Y병원에 대해 7월부터 8월까지 두차례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리시보건소에 따르면 구리보건소는 최모 보건소장이 7월초 인사발령을 받자마자 Y병원에 대해 1차 조사를 실시했다. 1차 조사에서 구리보건소는 시설점검을 실시해 '수술실 규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구리시보건소는 이후에도 8월말 2차 조사를 진행했다. 2차 조사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주차장 및 소음규정 위반으로 조사를 진행해 9월3일 조사 결과를 민원인에게 통지했다.

이에 대해 구리시보건소 최모 보건소장은 "해당 병원에 대한 조사는 의료법에 의거해 정상적인 조사를 실시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안내를 사전에 실시한 바 있다"며 "정상적인 업무절차였다"고 반박했다.

구리시보건소의 2차 조사 이후 한 달 만에 경찰서장과 시장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구리경찰서와 구리시청은 술자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만남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취재가 계속되자 뒤늦게 말을 바꿔 만났다는 것을 인정했다.

취재 초기 말이 서로 엇갈리다가 취재가 계속되면서 알리바이가 맞춰지면서 당사자들이 말을 맞추려 했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구리시장 김의규 비서실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안 시장님과 변 서장님이 만났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만났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만남 자체를 부인했으나 당사자인 안승남 구리시장은 "구리경찰서 인권문화제 행사가 열렸는데 소방서장, 시의회의장 등 기관장들과 식사자리가 예정돼 있었는데 다른 기관장들은 참석하지 않았다"며 "당시 사건 관련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당시 참석자 수에 대해 "자신과 서장, 정보과장 등 4명이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구리경찰서 변관수 서장은 "의심을 살 수도 있는 부적절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난 시점은 이미 사건 조사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난 장소인 H 일식 대표 K씨는 취재 초기에 "구리경찰서장과 구리시장이 온 적도 없고 이들의 예약도 없었다"고 밝혔다.

기관장 공식 오찬 자리에 음식값을 민간인이 지불했고 술자리에도 민간인이 끝까지 참석한 것도 구리시장과 구리경찰서장의 해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구리경찰서는 안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4건 가운데 2건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와 관련 의정부지청 공보담담 차장검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만남 사실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는 부적절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구리시와 구리경찰서가 취재 초기에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 은폐, 축소하기 위해 말을 맞추는 정황과 함께 자리를 직접 주선하고 참석한 관계자의 관련 녹취록을 후속보도에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