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국내 언론사에 영향력을 미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삼성은 언론사 내 인사 정보와 9시 뉴스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보도될 내용을 미리 받아보고 데스크에 기사를 빼내는 등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삼성이 언론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다뤘다.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고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이 삼성에 영향을 받거나 심지어는 스스로 다가가는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MBC에 따르면 삼성은 그룹 현안과 관련해서 공중파 방송사 보도국의 뉴스 편집 상황을 들여다보고, 주요 경제지의 사설까지 빼도록 했다는 내용을 장충기 사장에게 보고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삼성은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게되자 법조출입 기자들을 빼고 삼성 출입기자로 교체를 시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제일모직이 상장된 2014년 12월 18일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는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지상파 3사 모두가 제일모직 상장과 관련한 기사를 쓰지 않기로 했다는 문자가 보고됐다.

장충기 사장의 핸드폰에는 "사장님, 방송은 K,M,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합니다"는 내용의 문자가 떴다.

방송국 뉴스 보도될 꼭지는 일급 보안사항이다. 방송국 내 구성원조차 알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은 어떤 뉴스가 당일 방송될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

방송사내에 삼성에 직보하는 라인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자의 내용대로 이날 지상파 3사 메인 뉴스에 제일모직 상장 소식은 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이 제일모직 상장 관련 소식에 민감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90년 말,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입을 통해 81억 원을 투자한 이재용 부회장 남매는 제일모직 상장으로 730배에 달하는 5조 800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삼성그룹은 한 경제신문의 사설까지 들어낸 사실도 공개됐다.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하던 2015년 7월 장충기 사장에게 "사장님, 00 경제 사설은 일단 빼기로 했습니다. 정말로 글로벌 미디어에 이런 이슈가 퍼져 나가면 그때 쓰자고 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이인용 드림"이라는 내용이 보고됐다.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지 중 한 곳의 사설을 빼기로 했다는 보고다.

어떤 사설이 빠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다음날 이 경제지에서 삼성 관련 사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공식 사과가 있던 날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보도는 적극적으로 방송됐다.

장 사장에게 보고된 문자에는 '금일 이 부회장님 발표 관련 방송 보도 예정'이란 제목의 문자에는 KBS 1꼭지, SBS 1꼭지, MBC는 1꼭지로 '사과 육성 위주 앵커 정리'라고 구체적으로 표기됐다.

실제로 문자메시지 보고대로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는 이 문자의 내용과 똑같이 방송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 기소된 작년 2월 무렵.

MBC는 상당수 언론사의 법조 기자들이 삼성 출입 기자들로 교체됐다고 증언들도 전했다.

당시 한 법조 출입기자는 "'산업 기자가 쓰면 그래도 우리 출입기자니까 좀 잘 봐주지 않겠냐' 이게 삼성 쪽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언론사 수뇌부를 통해 기자들에게 지침을 전달했다. 당시 삼성출입 산업담당 기자는 "그분들(삼성 홍보담담자들)이 가셨어요. 두 분이 가시고 편집국장이 저한테 한 얘기가, '00아, 이재용 재판 끝날 때까지만 이재용 편에서 써주자' 딱 이 한마디였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많은 언론들이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걱정했다. 시장에서 족벌경영과 투명경영, 정경유착 고리에 대한 단죄를 평가하는 시장의 반응과 거꾸로 이 부회장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당시 법조 출입기자는 "1면에 나가는 건 '이재용이 왜 죄가 없는지' 아니면 '이재용이 구속되면 대한민국 경제 흔들린다' 이런 내용들"이었다며 "저는 대통령보다 삼성이 더 센 것 같아요. 대통령은 언론이 밀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삼성은 언론이 못 밀어냈으니까. 누가 대한민국에서 삼성을 거스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