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분류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27개가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1993년 8월12일) 계좌 잔액이 61억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가치로는 2365억원에 해당하지만 과징금은 현행법상 실명제 당시 잔액의 절반만 부과하도록 해 이 회장이 내야할 과징금은 31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월19일부터 3월2일까지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TF'를 가동한 결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27개에 대한 잔액 정보를 이같이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과징금 부과 대상인 27개 차명계좌의 1993년 8월12일 당시 잔액은 61억8000만원으로 파악됐다.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실명제 당시 자산 보유 증권사별 현황>

27개 계좌의 자산 구성은 대부분 삼성계열사 주식으로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주식이 대부분이다. 삼성생명 주식은 없었다.

당시 이들 계좌의 잔액은 61억8000만원이었지만 2018년 2월 말 기준 2365억원에 달한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실명제 시행 이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90%의 차등과세와 함께 실명제 실시일(1993년 8월)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따라 금감원이 부과할 수 있는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은 그 절반인 30억9000만원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증권이 보유한 차명계좌에 대한 자산 총액 검증결과에 따라 과징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이 보유한 계좌에 대한 자산총액 검증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번 주까지 검사 기간을 연장해 검사를 계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보유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4개사다.

이건희 차명계좌를 개설운영했던 증권사들은 ▲신한증권 13개(26.4억), ▲한국투자증권 7개(22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 3개(7억원), ▲삼성증권 4개(6.4억원) 등 27개 61억 8000만원이다.

이들 증권사는 처음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4개 증권사는 지난해 11월 이뤄진 금융당국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실태조사에서는 "당시 계좌정보를 담은 원장은 10년이라는 보관 기간이 지나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의 조사 결과 이들 증권사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별도로 따로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4개 증권사 모두 계좌별 보유자산의 세부명세를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며 "예탁결제원 주주명부로도 거래명세 등 관련 정보를 확인했다.

당국은 증권사들에 따로 책임을 묻지는 않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점검 당시 증권사들은 현재 운용 중인 주전산 기기에서 관련 자료를 찾은 뒤 없다고 보고했지만 이번 검사에서는 백업센터나 문서 보관서 등을 함께 확인했다"며 "증권사들이 고의로 허위보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협조도 잘 됐는데 이전 보고 내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27개 계좌는 잔액이 없는 상태다. 이 회장 측은 이미 삼성계열사 주식을 찾아갔다.

이 회장이 언제, 어떤 형태로 해당 계좌에서 주식을 찾아갔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과징금 부과 절차가 이른 시일 내 진행되도록 협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