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장부 워싱턴DC에서 가까운 버지니아 주(州)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12일(현지시간) 유색인종을 공격하는 대규모 폭력시위를 벌여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차량돌진으로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크게 다치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버지니아의 테러로 규정했고 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 자세를 호소했고 트럼프 대통령 부인도 절제있는 소통을 요청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샬러츠빌 시 의회가 이멘서페이션 파크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물인 로버트 E.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데 항의하기 위해 벌어졌다.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인물로 남부연합 기념물은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물로 여겨져왔다.

시위대는 최대 6000명까지 늘어나면서 폭력 과격시위로 변해갔다.

시위대는 샬러츠빌 이멘서페이션 파크에 모여 나치 상징 깃발을 흔들고 '피와 영토'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시위대원 중에는 군복을 입은 이들도 있고, 헬멧과 사제 방패로 무장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또 일부는 극단적 백인우월주의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휘장을 든 모습이 포착됐다. 군중 속에서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다양성은 집단 사기"라는 구호도 나왔다.

이에 맞서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 단체 등 흑인 민권단체 회원들이 현장에 나와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비교적 평화롭게 행진 중이던 한 시위대 그룹에 세단 1대가 돌진해 사람들이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버지니아 경찰은 브리핑에서 이 과정에서 차량 3대가 추돌했으며 현재까지 이 사고로만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운전자를 검거해 고의로 차량을 시위대 쪽으로 몰았는지 조사 중인데 운전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 지사는 경찰의 효율적 집회 해산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버지니아주는 폭력사태가 악화할 경우 주 방위군까지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력시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자제와 국민 통합을 호소했다.

그는 뉴저지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러 편에서 드러난 이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오와 분열을 끝내야 한다"면서 "우리는 애국심과 서로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가진 미국인으로서 단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이런 폭력이 설 곳은 없다"면서 "모두 하나로 뭉치자"고 트윗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영부인 공식 트위터 계정(@FLOTUS)에 "우리나라는 연설의 자유를 보장한다. 하지만 우리 마음의 증오 없이 소통하자. 폭력으로부터 어떤 선도 나올 수 없다. 해시태그(#) 샬러츠빌"이라고 적었다.

이날 시위로 샬러츠빌 버지니아대학은 모든 학내 일정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