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밀문건을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기밀누설)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국정운영에 협의하고 개입시킨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연설문 초안 등을 여러 사람이 검토하는 게 좋겠다면서 최순실씨에게도 전달해 의견을 들으라고 하셔서 줬다"고 진술했다고 조선일보가 검찰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러나 "최씨가 연설문 등을 미리 열람했지만 이는 단순히 의견을 듣기 위한 차원이었고 직접 문건을 수정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근 정 전 비서관 자택 압수수색에서 대포폰 휴대전화 2대에서 삭제된 녹음파일을 복원해 최순실씨와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다수 확보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통화내용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통화녹음 파일 중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전달하라'며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파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이유에 대해 "지시 내용을 정확히 이행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인 정 전 비서관이 검찰에서 '기밀 유출은 대통령 지시'라는 취지로 진술함에 따라 이 부분과 관련한 검찰의 박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 24일 박 대통령이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총수 17명과 청와대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진 직후 일부 총수들과 독대(獨對)한 일과 관련, 당시 대통령과 총수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3명의 검사를 기업전담 수사를 위해 추가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한류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하면 좋겠다"고 당부했으며, 간담회 당일과 다음 날 총수 7명을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휴대전화와 다이어리에서 대통령과 총수들이 청와대 안가(安家) 등에서 가진 면담 관련 자료들을 일부 찾아내 안 전 수석을 상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우 전 수석을 7일 출국 금지하고 직무 유기 혐의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 등 비선(祕線) 실세의 국정 농단을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저녁 9시40분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