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 중 경찰이 쏜 직사물대포에 쓰러져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317일만에 숨진 백남기 농민 사인과 관련 서울대병원이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을 어겼다고 시인했다.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3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서성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담당교수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하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다만 담당교수가 주치의로서 헌신적인 진료를 시행했으며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작성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특별조사위원장인 서울대병원 이윤성 교수외에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신경외과장)도 참석했다.

특위 이윤성 위원장(국가생명윤리위원장)은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적은 것은 대한의사협회 작성지침과 다르다"며 "일반적으로 사망에 수반하는 징후나 현상은 사망진단서에 기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 의견이라고 전제하고 "의협 지침을 집필한 저로서는 '외인사'로 기재해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사망진단의 판단은 담당의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주치의에게 공을 넘겼다.

이와관련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고칼륨증에 의한 심폐정지"라며 "이번 경우는 의협에서 사망진단서 작성 시 금기시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 7월 급성 신부전증이 앞서 발생했을 때 환자 가족분들이 적극적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아 체외투석 등을 실시하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가족들이 적극적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아 질병사로 판단했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백 교수는 그러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고 사망했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병원장에게 보고하고 곧바로 활동을 종료한다.
이번 조사 결과 특위가 주치의에게 사망진단서를 외인사로 수정하도록 권고하고 주치의의 양심적 고백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침은 위반했지만 판단은 전적으로 주치의의 몫이라는 것으로 결국 핑계를 대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일 숨진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에서 병사로 기재해 의무일지와 다르게 적었다. 서울대병원은 백씨가 지난해 11월 경찰 물대포에 맞아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뇌출혈을 일으켰다고 적었지만 사망진단서에는 외인성을 뺀 채 심폐정지가 직접사인이라며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했다.

검찰과 경찰은 백씨의 사인을 규명한다며 백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과 경찰은 영장을 다시 청구 결국 부검영장을 받아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법원이 사인이 분명한데도 영장을 발부한 것은 권력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30일 서울대의대 학생 102명이, 1일에는 서울의대 동문 365명이 잇달아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을 어긴데 대해 서울대병원에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