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에 의해 강요된 해방구, 건국대항쟁이 30주년을 맞는다.

1986년 10월 전국 20여개 대학에서 3000여명이 건국대에 모여들어 청년들의 기개와 뜻을 모으던 전국 반외세,반독재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련)이 결성식 현장.

전 두환 군부독재와 민족을 갈라놓은 외세에 반대하며 평화적 자주적 통일을 갈망하는 전국의 청년학생들이 건국대에 모여 독재 반대와 평화협정 체결, 자주적 평화통일을 외치고 있었다.

집회에 참석하려던 학생들을 여느때와 달리 원천봉쇄나 검문검색을 일체 하지 않았다. 평화롭게 진행된 집회는 일순간 바뀌었다.

완전무장한 전투경찰과 백골단(사복체포조)이 사방에서 물밀듯 밀려오며 참가 학생들은 대비할 겨를도 없이 건국대 본관과 학생회관, 사회과학관 등으로 황급히 피신했다.

3박4일 간의 항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은 학교를 겹겹이 에워싸고 헬기와 고가소방사다리차를 동원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아대며 진압작전을 폈다.

1500여명 연행,1200여명을 구속했다. 단일 사건으로 세계최대 구속으로 기록됐다.

정권의 야욕은 이듬해 1월 박종철 열사를 급기야 물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정권의 사인 발표는 국민들을 분노케했다. 희생과 정의의 건대항쟁은 8개월 뒤 6월 국민항쟁을 일으키는 불씨가 됐고 마침내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전두환 독재권력을 무너뜨렸다.

독재에 반대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떨쳐 일어서 청춘을 초개같이 버렸던 20대 청춘들은 어느덧 50대가 됐다. 그 사이 구속과 탄압의 트라우마로 항쟁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은 어떤이는 학생 시절, 어떤 이는 사회활동 중에 안타까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항쟁 세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항쟁 참가자와 애국민주시민단체들이 30년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다음달 29일 오후 4시 건국대 교정에 모여 '10.28 기념공원(10.28 건대항쟁기념사업준비위)'과 '인권표지석(서울시 제작) 제막식을 갖는다. 

당시 항쟁 참가자는 어느덧 사회의 중추세대가 되어 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거나 활동 중인 인물도 있다.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항쟁에 참가했던 당사자다.

김미희 전 의원은 "당시 서울대 약학과 3학년이었다. 학우들과 3박4일간 먹을 것도 없이 전기도 물도 모두 단전, 단수조치 상태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온기를 나누고 격려하며 견뎠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항쟁 기간 동안 우리는 하나였고 그것은 광주항쟁 이후 가장 생명넘치는 공동체였다"고 "나의 인생 중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30주년을 맞는 소감을 말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강대 재학 시절 참가자 중 한명이다. 이 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을 보좌하며 한국정치민주화에 기여했다. 현재 금천구에서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정청래 전 더민주당 의원도 항쟁과 인연이 있다. 정 전 전의원은 항쟁 당시 '건대신문'에서 기자로 항쟁의 순간 순간을 역사의 기록에 남겼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건대항쟁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항쟁 당시 발벗고 나서 구속된 학생들을 적극 변호한 몇 안되는 인권변호사 박원순은 30년이 지난 현재 1000만 서울시민들을 위해 봉사 헌신하고 있다.

건대항쟁의 정신은 30년이 흐른 지금도 도도히 흐르고 있다. 건대항쟁 30주년 기념사업회준비위는 한 달 뒤 치를 예정인 30주년 기념행사의 캐치프레이즈를 <2016, 다시 민주주의>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근혜 정부를 불통과 독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인권변호사로 동분서주하며 학생들을 변론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건국대 항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건대항쟁은 6월항쟁의 불씨로 군사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이들의 희생과 용기가 밑거름이 됐다"며 "학생들을 변호하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이었다"며 "건대 항쟁은 불통과 권력의 사유화로 민주주의가 후퇴 압살되는 현 상황에서도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항쟁 지도부로 서울대 자민투위원장을 지낸 정현곤 씨(현재 서울시청 공무원)은 "여전히 사회는 정의를 필요로 한다"며 "1986년의 그때 정의를 위해서는 희생과 용기가 필요했다"고 회고하고 "2016년 현재 정의도 이와 같다. 단지 희생과 용기라는 말로는 다 담지 못할 뿐 공동체를 향한 봉사와 약자에 대한 동정, 그리고 여전히 악에 대해 저항하는 용기인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