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의 칼끝을 그룹 총수 일가를 정면으로 향하면서 롯데그룹이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사외 이사로 영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장 자택을 시작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신동빈 회장의 비밀금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온 영빈관 등 총수 일가의 심장부와 계열사 등에 롯데그룹 비자금과 관련 3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신영자 이사장이 1일 검찰에 소환돼 18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신동빈 회장도 3일 귀국하는대로 곧 소환된다.

그동안 박정희 정권이 일본동포 자본 유치를 내세워 각종 특혜를 제공하며 끌어들인 이후 국내 재벌가운데 유일하게 처벌을 받지 않고 호텔과 백화점 사업에서 건설, 홈쇼핑 사업까지 탄탄대로를 달리는 동안 롯데 오너일가만이 처벌을 받지 않은 롯데그룹이 처음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롯데 측은 박정희 정권 이후로는 가장 많은 최대 특혜를 준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롯데알미늄은 홍상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6월24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알미늄은 사외이사로 홍상표, 김동원 등 2명으로 늘었다.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 계열사로 지목된 서울 금천구 롯데알미늄 본사 겸 서울공장 전경.<사진 롯데알미늄 홈페이지>. 롯데알미늄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50년 넘게 이사직을 유지할 만큼 애착을 보이는 곳이다.

홍 이사는 기자 출신으로 YTN 보도국장, 경영담당 상무 등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1년 동안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올해 초 홍 이사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취업 가능' 결정을 내린 퇴직 공무원 58명 중 홍 이사도 포함돼 선임이 확정됐다.

롯데알미늄은 이사진에 상임이사로 김영순 대표, 김정원 상무, 조현철 상무, 엄임용 상무, 비상임이사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윤종민 롯데쇼핑 인사담당, 감사 김태완씨가 있다.

롯데알미늄은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1966년부터 50년째 롯데알미늄 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롯데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 비자금 조성을 한 핵심계열사 중 하나로 지목돼 압수수색을 받은 곳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홍 전 수석을 영입한 것과 관련 롯데그룹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지난해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실제로 수사로 이어지는 과정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검찰 수사에 방패막 역할을 기대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2002년 등기임원에 올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4년 사임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지난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