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집회 금지 때 적용하는 교통방해, 소음, 동일시간 신고 규정이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ICCPR)에 어긋난다교 지적했다.

키아이 유엔보고관은 최근 열린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 개막에 앞서 발표한 '한국의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보고서' 초안에서 이같이 발표하고 한국 정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의 집회시위에 관한 기준이 국제규약에 미달한 것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을 제외하곤 박근혜 정권 들어서 처음이다.

이명박 정권 때 언론출판에 관한 자유가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간 국제사회에서 잇달아 권고를 받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국은 1990년 4월 ICCPR을 비준해 같은 해 7월부터 적용받고 있다.

ICCPR 21조는 "모든 집회를 평화적일 것이라고 간주하며 집회 개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또 한국 경찰의 물대포, 차 벽 사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경찰의) 물대포가 무차별 사용되거나 특정인을 겨냥한다"고 지적하고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그는 "1999년 경찰이 최루탄 사용을 중단한 뒤 폭력 집회가 줄었다고 들었는데 물대포, 차벽 사용은 같은 논리로 집회 때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불법 집회를 주도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교사 공무원 노조에 대한 정치활동의 자유 금지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키아이 보고관은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도 개념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수 있고, 교사·공무원 노조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돼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지적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정부는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는 또 세월호 참사와 노란 리본을 언급하며 "책임 규명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을 정부 약화 의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한국이 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서 국제 인권 어젠다를 진보적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믿고 있다"며 "북한과 직면한 문제도 인정하지만 인권이 안보에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한국정부의 안보논리 악용을 꼬집었다.

그는 "집회, 결사의 권리와 관련된 모든 정확한 법률을 알려준 한국 정부의 노력에 감사한다"며 "소란스러운 집회의 이면에 있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20일부터 29일까지 내한해 집회·결사의 자유 실태에 대해 실사, 확인했다.
 
한편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 총회는 다음 달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총회는 각국의 인권 및 집회·결사의 자유, 아동·여성, 난민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