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 왜 지금인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를 둘러싸고 검찰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있다. 불편한 건 검찰만이 아니다. 법무부와 법원도 사개특위 개혁안에 대해 검찰 못지 않게 불만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4월 19일 오후 5시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를 거부하고 판검사와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특별수사청 신설과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사개특위가 검찰과 법원, 법무부에 요구하고 있는 사법개헌안이 왜 관련 기관의 반발을 불러오는 것일까?

 사법 관계기관은 사개특위를 통해 중수부 폐지안이 나온 지 불과 한달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30년 중추 사정기관 역할을 해온 조직을 특별한 과오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항변한다.

 덧붙여 국회가 중수부의 기능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청의 기구설치와 기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으며 법을 만드는 국회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패수사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중수부를 입법부의 요구로 폐지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은 중수부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정치권에 사정의 칼날을 댈 수 있는 유일한 권력기관이자 전 정권 비리 폭로자라는 양날의 힘을 알고 있다. 그런 중수부를 대선을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검찰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폐지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논의절차를 언급하기 앞서 국민들은 대검 중수부에 대해 정치권 비리와 관련한 수사를 속시원하게 밝혀낸 중추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성역없는 사정 칼날은 누가? 

 전현직 대통령과 관련한 좋지 않은 사안은 어떤 권력기관도 접근할 수 없던 성역이었다. 그 성역에 사정의 칼날을 들이댄 게 대검 중수부였다.

 중수부는 1995년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을 비롯하여 1999년 한진그룹 탈세사건, 2003년과 2004년의 불법 대선자금 사건 등을 처리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과 관련한 정치권 비리수사의 주역으로 굵직굵직한 정치권 수사를 맡아 해결해왔다.
 국민은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던 정치권 비리가 속속 밝혀지는 걸 지켜보며 정치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보다 깨끗한 정치권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의 속시원한 수사가 뒷걸음 치고 스폰서 그랜저 검사 파문에 최근의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에 이르기까지 실망을 안겼던 것 또한 사실이다. 앞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과잉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중수부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모든 정치권 수사에 종말을 고할 것이었다면 중수부 폐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루어졌어야 했다. 전 대통령 서거의 명목을 끌어들이는 것은 너무 궁색한 변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이미 2년 전 끝이 났다. 지금 현재 중수부를 폐지하려는 것은 이 정권의 비리를 감추고 은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전 대통령 사건이 마무리되고 검찰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련의 파문이 가라앉아 잠잠해진 때 검찰의 핵심기구 존폐를 운운함은 또다른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사개특위 측이 사법기관의 개헌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놓는 정치적 수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김준규 검찰총장 이후 권력형 비리에 대한 속시원한 수사도 못했고, 스폰서 그랜저 검사 파문에 최근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까지 국민들이 검찰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정치권 비리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수 없었던 검찰의 고충이 이 정권 들어 더욱 심해진 건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BBK 사건이다 뭐다 해서 그렇지 않아도 대선 전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던 정권이 자신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시도를 중수부 폐지라는 검찰 수사권을 제한함으로써 이루려는 것이다. 그러한 정권의 의도를 미리 읽은 국회 사개특위가 나서서 대선 전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려 하는 것이다.

 검찰은 중수부의 수사기능이 폐지되면 일선 지검 특수부가 감당하기 힘든 대형 권력형 비리 수사가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중수부 폐지가 검찰권 약화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측면도 있다. 검찰 수사력이 축소되면서 검찰총장 권한도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 사개특위 6인 판단대로 현행 대검 중수부 기능을 서울중앙지검 등 지검의 특수부가 대체할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한다. 정치권력을 견제할 곳은 그나마 검찰밖에 없었는데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이용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을 향한 칼을 무디게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면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 정권 입맛에 맞게 수사를 하다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의 이면에 정치권 안팎의 변화를 살펴야 하는 고민도 안고 있다. 전국의 지검 지청에서 내로라하는 특수통 검사들로만 구성되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면 제대로 된 정치권 수사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개혁을 거부하려는 검찰의 반발이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중수부 폐지의 수를 두고 있는 이 정권의 속내를 꿰뚫어봐야 할 것이다.

 정재계 유력 인사의 수사에 매진해 온 기구를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절차없이 없앤다면 최고 권력자의 비리는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대선 전 도덕성 시비로 왈가왈부했던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는 어디에서 다룰 것인가? 대선 이후 쏟아져 나올 정재계 수사는 누가 할 것인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특별수사청에서 과연 정치권 성역까지 컨트롤 할 수 있을까? 예전처럼 날카로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기구의 폐지냐 신설이냐의 선택은 정치권 당리당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의 변화를 위한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법조계와 여야의 당론 채택에서 예상되는 난항은 이해당사자간 권력 투쟁에서 벗어날 때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