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 이수건설이 서울 마포구 용강동 '용강 브라운스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설 사업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낸 분양대금 30억여원을 횡령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용강지역주택조합 소속 조합원 김모씨 등 48명이 2007년 이수건설 계좌로 부친 '분담금 + 사업비' 등 분양대금 31억여원을 이수건설이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빼돌려 자신들이 낸 분양대금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해 말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수건설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 '브라운스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48명이 이수건설 명의로 된 3개 계좌로 낸 분양대금(분담금과 업무추진비)을 2011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150여회에 걸쳐 총 31억 2487만 9208만원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송금 계좌이체 내역을 보면 이수건설은 용강동주택사업과 관련이 없는 또다른 계좌로 수십차례에 걸쳐 거액을 송금했다. 이수건설은 또 해당 사업의 시행업체인 창조이엔씨 대표와 지역주택조합장의 개인계좌로도 여러차례 송금했다.

이수건설은 2007년 6월 용강동 주택조합과 '용강동 공동주택건립사업 기본 업무약정'을 체결하고 사업을 총괄 관리했다. 이 사업은 용강동 493-1 일대 111,180제곱미터에 지하 2층, 지상 26층으로 424세대 규모의 아파트 신축사업이다.

이후 이수건설은 고유 브랜드인 '브라운스톤' 분양광고를 일간지외 잡지 전단지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피해자 김씨 등은 광고를 보고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당시 이수건설 마케팅 사업부 소속 임직원인 김모 전 이사(당시 마케팅 총괄이사), 성모 전 실장(당시 마케팅실장), 허모 전 팀장(당시 마케팅 팀장) 으로부터 분양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분양계약서의 당사자란에 '이수건설'이 기재된 분양계약서를 보여주며 "이수건설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조합분담금, 업무추진비가 이수건설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되고 이수건설이 책임지고 관리할테니 잘못될 일이 전혀 없다. 사업이 잘못되면 이수건설이 책인지고 전액 반환해 준다고 조합원들을 안심시켰다고 밝혔다.

피해 조합원들은 "사업시행 대행사가 창조이엔씨(E&C)였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어서 물안해하자 대기업인 이수건설 통장으로 입금된다며 안심시켰다"는 입장이다.

이수건설은 용강동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외환은행애 계좌를 개설했다.

사전예약금 수령을 위해 630-006924-856 계좌와 분담금 수령을 위해 630-006906-502 계좌, 업무추진비 수령을 위해 630-006906-510 계좌 예금주 이수건설로 개설해 놓고 분양대금을 입금하도록 안내했다.

고소에 참여한 48명 외 다른 조합원들도 이 세개의 계좌로 분양대금을 각각 입금했다.

하지만 이후 주택건설 사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이수건설 계좌에 남아있어야 할 븐양대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들은 "고소인들과 용강동 조합원들로부터 지급받은 분양대금을 사업을 위해 사용할 때까지 보관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분양대금 31억2487만9208원을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유용하고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자에게 임의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630-006906-510 계좌에서는 2011년 1월31일부터 2012년 5월 9일까지 18건, 8억6933만3119원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 또 630-006924-856 계좌에서는 2011년 3월31일부터 2012년 2월16일까지 2012년 2월16일까지 30건, 7억6710만원이 다른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630-006906-502 계좌에서는 109건, 14억 8844만 6089만원을 다른계좌로 보냈다.

2011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1년 4개월여 동안 157회에 걸쳐 업무와 관계없는 계좌로 31억 2487만 9208원을 빼돌려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계좌송금 대상별로 보면 이수건설의 또다른계좌로 62건, 오모씨(여)에게 61건, 이모씨에게 43건, 이모씨 2건, 이모씨(여) 1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당산지역주택조합으로 보낸 송금도 1건이 있다. 특히 2건은 거액의 돈이 수취인이 기재되지 않은 '적요 미기재' 송금 사실도 2건이 있다.

오씨는 시행업체인 창조이엔씨(E&C) 대표이고 이모씨는 용강동 지역주택조합장, 이모씨와 이모(여)는 조합장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행업자와 조합대표가 건설업체를 선정하면서 지역주택조합사업 방식으로 아파트 신축사업을 추진할 경우 관계가 긴밀하게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특성이 있는데 딴 마음을 먹고 일을 꾸밀 경우 감시, 견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며 "사업이 순기능 대신 역기능이 현실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묵인하자 않으면 불가능한 성금이어서 금융범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고소인들은 "이수건설의 명성을 이용해 집을 사려는 조합원들로부터 분양대금을 지급받아 용강동 지역주택조합 사업 진행을 위해 사용했어야 함에도 분양대금 보관을 기화로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유용, 횡령하고 업무상 보관업무를 위반해 분양대금을 사업과 무관한 제 3자에게 송금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함과 함께 고소인들에게 31억 2487만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근 이 분양대금 유용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김 씨 등 피해 조합원 48명은 사업 추진 당시 이수건설 대표였던 이모 전 사장과 김모 전 마케팅 총괄담당이사, 성모 전 마케팅실장, 성명불상의 재무담당 이사 등 5명을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 등 피해자들은 고소장에서 "피해금액이 많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다수로 중대한 대기업 자금 비리사건"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엄벌에 처해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월 고소인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검찰은 또 서울 지역에서 용강동 지역주택조합 사업 외에도 성동구 용답동과 성북구 돈암동에도 용강동과 비슷한 사건으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지역은 시공사로 이수건설이 참여했다가 시행대행사의 사업 지연과 토지 미확보 , 조합원 모집 부진 등으로 사업기간이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시공을 포기한 곳이다.

한편 이수건설은 이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확인해보겠다고만 한 뒤 특별한 답변은 보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