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철권통치 무너뜨린 이집트 시민혁명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튀니지 시민혁명의 불길이 중동의 독재정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질풍노도와 같은 도미노 기세가 실로 엄청나다. 가히 경천동지할 양상이다. 뜨거운 사하라 사막의 모래폭풍에 달구어진 재스민 혁명은 마침내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며 30년 넘게 국민위에 군림하던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까지 단숨에 삼켜 버렸다.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이집트 시민혁명으로 승화시킨 민주화 혁명폭풍 열기에 무바라크 대통령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권력을 군에 넘겨주고 전격 퇴진한 것이다.

시민혁명 과정에서 부통령에 오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11일 저녁(현지시각)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날 사임하고 이집트 군이 통치권을 가지게 됐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30년 무바라크 경찰통치가 막을 내렸다.

권력을 넘겨받은 이집트 군부가 '무바라크가 내놓은 점진적 개혁안을 지지한다'는 코뮈니케 2를 발표한 가운데 "우리가 승리했다. 이집트가 승리했다."는 환호와 이집트 국기가 시민혁명의 중심이 되었던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뒤덮은 가운데 이집트는 물론 중동 전역이 축제의 물결로 뒤덮이고 있다.

무바라크 철권통치를 종식시킨 이집트 시민혁명은 한편의 혁명전쟁 드라마였다. 이번 시민혁명은 1월 25일 시작된 이래 요원의 불길처럼 이집트 전역으로 번져 나갔다. 시민혁명의 열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 초기에 개혁 조치를 약속하는 등 포용의 자세를 통해 시위대의 기세를 약화시켜 사태를 수습하려 하였다.

새 내각을 구성하였는가 하면 오는 9월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한편 집권당의 실세로 차기 대선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던 아들 가말 집권 국민민주당(NDP) 정책위원장을 퇴진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화해 조치에도 시민혁명의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았다.

그러나 원리주의 성향의 '무슬림형제단'이 시민혁명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하면서 무바라크 퇴진 이후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할 경우 이집트가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닮아갈 수 있다는 미국 등 서방의 우려가 변수로 작용할 조짐을 보였다.

서방세계가 "즉각적이며 질서있는 권력 이양"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이러한 서방의 우려를 의식한 '무슬림 형제단'이 "이집트의 시위는 이슬람 봉기가 아니라 불공정하고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대한 대중의 항거로, 여기에는 모든 계층, 모든 종교, 그리고 모든 분파가 참여했다"면서 "혁명은 평화적인 것으로 오로지 개혁과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추구한다"고 유화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무바라크가 기사회생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사태진전에 따라 2월7일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은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야권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상에서 3월 첫주까지 사법부 인사들과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개헌위원회를 구성키로 하였다. 헌법에 대통령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야당 후보들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가로막았던 기존의 조항과 발효된 지 30년 된 비상계엄법 폐지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점진적 권력이양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는듯하자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9월까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사퇴 거부를 선언함으로써 이집트 시민혁명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전망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 사퇴거부는 시민혁명의 불길을 다시 지피는 결과를 불렀다.

조기 사퇴 거부에 분노한 백만명의 시민들이 또다시 12일 타흐리르 광장을 비롯해 카이로 시내와 대통령궁 주변으로 몰려나와 퇴진을 외치며 압박하였다. 시위대 물결에 놀란 무바라크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헬기를 이용, 홍해 주변 휴양지샤름 엘셰이크로 탈출하면서 보안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이집트 전국에서 최소 300명에서 최대 900명까지 사망자가 발생하는등 핏빛으로 점철된 이집트 민주시민혁명은 국민의 승리로 끝났다.

재스민 시민혁명에 놀라 국민 달래기 나선 중동 장기집권 국가

튀니지 재스민혁명이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까지 무너뜨릴 만큼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자 장기간 권력을 휘두르며 장기집권해온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중동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재스민, 이집트 시민혁명의 혁명폭풍의 불길이 도미노 양상을 보이면서 크고작은 반정부 시위를 촉발하자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국민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등 개혁안을 내놓는 등 초비상이다.

지난 1월 식품가격 폭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촉발돼 수도 알제리를 포함해 여러 도시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두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치는 사태가 발생한 알제리의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지난1992년 최대 20만 명이 목숨을 잃게 한 정부군과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간 충돌이 내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발령되어 19년 동안 지속돼온 국가비상사태를 곧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라비아반도 남단에 자리 잡은 아랍 최빈국 예멘에서도 1978년 이후 장기 집권해오면서 정권퇴진 운동에 시달려온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013년 임기가 끝나면 30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며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하고 주지사의 직접선거와 오는 4월까지 선거인 등록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멘 민주화 세력은 살레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2월 8일 보수파 총리를 역임한 마루프 알-바키트를 새 총리로 지명하고 좌파 노동조합주의자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회원이었던 인사, 여성운동가 등 야권 인사가 포함된 새 내각을 출범시키는 한편 연료와 설탕, 쌀 등을 포함한 주요 생필품 가격 억제 조치를 단행하였다.

바레인도 재스민 혁명 차단에 발빠르게 나섰다. 바레인 국왕은 야권 시아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목전에 다가오자 지난해 8월 있었던 집회에서 체포된 몇몇 인물을 석방한데 이어 2월 11일에는 각 가정에 1천 디나르(약 2천650달러)씩을 주기로 결정하는등 국민들을 달래기 위한 돈 보따리 투하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하라 시민혁명 도미노 물결 중동 삼킬 것

이처럼 튀니지의 재스민혁명과 이집트의 시민혁명에 놀란 중동 국가들이 민심 달래기용 각종 유화조치와 개혁조치들을 내 놓고 있지만 불붙은 사하라 시민혁명의 불길이 가라앉을 조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용화한 관제 언론을 앞세워 여론을 왜곡하고 공권력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공포 분위기 조성을 통해 반대 세력의 입을 막으면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한 통치방식이 재스민 시민혁명의 가공할 폭발력의 바탕이 됐던 위키리크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실시간 정보공개, 공유, 소통이라는 정보사회 시스템앞에 더 이상 먹혀들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민혁명으로 정권이 무너진 튀니지, 이집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중동국가들은 물론이고 아시아 아프리카 등 반민주 독재국가는 시민혁명의 파고를 비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국가들은 튀니지와 이집트 시민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반민주 장기독재, 청년실업 심화, 고질적인 빈곤과 관료들의 부정부패 만연이라는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사하라 시민혁명의 첫 포문을 열었던 튀니지 시민혁명은 지난해 12월 17일 남동부 지방도시에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였음에도 독재정부가 망쳐 놓은 경제난 탓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등 취직에 실패하여 과일 장사에 나섰던 26세의 청년 과일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물품 압수 조치에 항의,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부아지지가 분신후 회복하지 못하고 1월 15일 사망하면서 청년층의 분노를 촉발했고, 여기에 23년 장기독재를 계속해온 벤 알리 정권의 부패에 불만을 품고 있던 시민들이 가세하여 전국적인 '민주화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민주화 시위에 기름을 끼얹어 결정타를 날린 것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대통령 가족의 부정부패를 실시간으로 전파시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였다.

소셜네트워크에 바람을 탄 시민들의 민주적 각성이 시민혁명으로 불붙자 벤 알리 대통령은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 조기총선 실시 약속 등 잇따라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시위대의 하야 요구가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 거세지자 끝내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였다.벤 알리 대통령이 물러나자 튀니지 헌법위원회는 1월15일 푸아드 메바자(77) 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지명하고, 45~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실시할 것을 결정했다.

이처럼 정권퇴진이라는 목적을 이루어 낸 튀니지 혁명의 생명력은 전 국민의 40%에 가까운 국민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는데도 식료품 물가가 최근 수년간 연평균 17%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서민 가계에 고통을 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고조시키던 이집트로 옮겨가 화려하게 웅비하였다.

아시아 아프리카 넘어 북한 찍고 이명박정권 덮치나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보여준 사하라 시민혁명의 끈질긴 생명력과 가공할 위력은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혁명의 자양분이 충분한 나라들에서 제3, 제4, 5, 6의 민주 시민혁명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적으로 예멘, 리비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란, 수단, 알제리 그리고 사하라 사막 주변 여타 국가들을 덮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슬람권 장기집권 국가, 알바니아 등 발칸 국가, 군사독재 국가인 미얀마, 중국, 최악의 경제난에 몰려 있는 3대 세습 북한등도 정치 개혁없이 반민주적인 현체제를 고수하고 일자리와 양극화문제 해소등 빈곤문제를 개선시키지 않는한 튀니지와 이집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득권 독식 패권적 권위주의 통치 향수에 젖어 반민주적 역주행으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리고 부자위주 경제 정책을 통한 사상 최악의 양극화로 서민들에게 인간 생지옥을 선사한 민생파탄, 안보무능과 대결적 강경 대북정책으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위기로 몰아넣은 사이비 보수집단의 반민주, 반화합, 반평화적 폭정앞에 국민들의 인내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반민주 정권은 튀니지, 이집트정권을 무너뜨린 재스민 사하라 시민혁명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권이 5년 단임이고 민주화 과정을 거친 민주국가인데 시민혁명이라니 가당치도 않다는 책임모면식 자기확신으로 일관하다가는 큰코 다칠 것이다.

지금 국민다수는 이명박 정권의 반헌법적 인권유린, 서민 생존권 압살, 공안통치 등 반민주 폭정, 경제무능, 4대강 등 국토환경생명파괴 삽질통치, 안보무능에 의한 천안함, 연평도 안보국난, 전국을 가축공동묘지로 만들고 환경오염까지 부른 인재형 구제역 대란, 남북관계 파탄이라는 총체적이고 망국적인 국정파탄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이러한 준엄한 민심을 외면하고 튀니지와 이집트 정권의 몰락을 부른 여론조작, 공안통치를 본받아 종편채널이라는 방송진출 미끼로 코를 꿴 조중동과 시녀화한 방송을 앞세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영구집권용 개헌놀음으로 민주주의와 국민을 농락하려 한다면 국민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물론 연합세력인 사이비 보수진영과 지역패권세력 모두를 구국적 시민혁명이라는 철퇴로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