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침략에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고 일본군 만행을 알리는 기림비가 미국 워싱턴에서 가까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청사 뒤편 정원에 설치됐다. <사진 MBC뉴스 화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인근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설치됐다. 미국내 위안부 관련 조형물은 7번째인데 수도권에는 처음이다.

수도 워싱턴 DC에서 30분 거리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옆에 새로 조성된 평화가든 중앙에 들어섰다.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회장 김광자)는 지난 달 30일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에서 정신대 강일출 할머니(86) 등이 초청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가졌다.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혼다 미 하원 의원의 영상메시지도 소개됐다.

기림비에는 2차 대전 당시 성적 노예로 고통당한 전 세계 위안부 20만 명을 기리는 내용과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미 하원 결의안 121호가 함께 새겨져 있다.

또 기림비 옆에는 인권존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나비 모양 벤치도 설치됐다.

기림비 설립은 2012년 12월 시작됐다. 정대협은 당시 워싱턴에 기림비를 세우자는 뜻을 모았지만 용지를 구하기 어려워하던 중 페어팩스 카운티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이번 제막이 되기까지 일본의 방해작업도 적지 않았다.

워싱턴정대협은 지난달 27일 "기림비에 반대하는 일본 대사관이 카운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부터 버지니아 거주 한인들이 추진해온 기림비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카운티 청사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정의를 위한 일본여성 모임이라는 단체는 샤른 블로바 카운티 의장과 지역 대표들에게 기림비 제막에 반대하는 이메일을 조직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런 방해에도 미국 정부가 청사내에 기림비를 세우도록 해 위안부를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림비 명예건립위원장인 그레이스 한 울프 헌든市 의원은 "미국 정부가 자신의 청사에 위안부 기념물을 자리 잡도록 해서 위안부를 공식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미 수도권 최초의 기림비에 일본 언론도 대거 참석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