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수) 찾은 경기도 고양시 행신초등학교.
교사동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철제울타리가 빈틈없이 쳐져있고 출입차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커다란 건물이 바쁘게 올라가고 있었다.

공사개요 설명판을 보니 다목적용 강당 증축공사로 건축면적 1427㎠, 연면적 6458㎠(1957평)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로 지어지고 있다. 증축 부분은 건축면적 966㎠,연면적 1140㎠이다.

공사 준공일은 10월로 예정돼 있다.
발주는 지난해 11월 발주돼 공사는 12월부터 시작됐다. 겨울철에 발주되다보니 콘크리트 타설뒤 양생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사가 지연됐다.

여름 장마철에도 공사가 중단될 것에 대비하다보니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체육활동과 각종 단체행사를 치를수 있도록 다목적용으로 지어지고 있는 강당이 동절기와 장마 우기등을 빼고 나면 공사기간은 반년 남짓. 반년만에 초등학생들이 계속 사용해야할 강당을 속도전으로 짓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과 시공업체 등에 따르면 고양교육지원청은 지난해 11월 행신초등학교 다목적 강당신축 공사 입찰을 실시했다. 입찰결과 경기도 성남 소재 송산건설에 12억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송산건설은 공사를 하지않고 (주)보인에 공사를 맡겼다. 경기교육청과 공사감리업체인 샘 건축은 이 과정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묵인했다.

취재 결과 송산건설 현장관계자는 "이 공사는 처음에 입찰됐을 때 공사단가가 맞지 않았다"며 "수주금액상 이익이 남기보다는 공사비를 산정해본 결과 8천만원 정도 마이너스가 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왜 남지도 않는 것을 수주했느냐'는 질문에 "업계에서는 실적을 쌓아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그랬다.

더구나 공사설계도를 교육청에서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입찰을 실시해 공사비 산정을 정확하게 할 수 없고 최저가 입찰결과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교육청 입찰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송산건설은 결국 이보다 낮은 가격에 보인에 공사를 맡겼다.
송산건설이 보인에 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수의계약으로 했고 심사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산건설은 계약변경을 할 경우 교육청 입찰계약 담당부서(경리과)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산건설과 보인과 관계에 대해 송산건설 관계자는 "보인이 펜스(울타리)자재를 납품하고 울타리를 쳤는데 공사를 잘했다. 그러던 차에 건물공사도 할 수도 있다고 해 그럼 한번 해봐라하고 믿고 맡겼다"고 밝혔다.
공사면허나 자격보유 여부는 살펴 보지도 않은 채 묻지마식 계약을 맺은 것이다.

보인은 지하 2개층과 지상 1개층까지 공사를 담담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0일경 갑자기 송산건설 측과 공사까지 중단했다.

공사중단 사태에 당황한 송산건설을  급하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의 노임과 자재 납품대금도 떼먹었다.

송산건설은 공사가 중단상황이 계속되자 공기를 맞추기 위해 보임이 했던 부분에 대해 안전진단이나 교육청에 상황보고를 하지않고 중단됐던 공기를 만회하기 위해 공사를 더욱 빠르게 진행했다.

고양교육지원청은 상황이 발생한 지 한달이상 지난 지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교육청은 5월초 공사계약 변경을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해 경기도청에 송산건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문제가 발생한 지 보름 이상 지난 5월초 부적격업체가 공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공사중단 등의 긴급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고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사 과정에 무너지거나 금이 가는 상황은 아니다. 감리업체도 잘되고 있다고 얘기해서 조치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모두 건설업체 편들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감리업체에 확인한 결과 샘 건축 설계사무소는 상근 감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장 감리관계자는 "감리업무 입찰 당시 비상근 감리로 계약했다"며 "돈이 적은데 상근감리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도(도지사 김문수)도 교육청에서 통보된 행정처분 의뢰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우리가 공사중단 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업체를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활동할 공간에 건설업계의 수지타산과 감리업체의 무책임, 교육당국은 업체를 잘한다고 두둔하는 가운데 골조가 바벨탑처럼 쑥쑥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세월호 참변이 단원고 학생들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육청은 "그러면 안되죠, 그러기야 하겠느냐"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