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에게 징역 4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3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과 SK C&C 2개 계열사로부터 회사자금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횡령)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그러나 139억원의 비자금 조성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범행의 수단으로 삼아 기업을 사유화한 최 회장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1970년대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선도해온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려 참으로 심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 회장은 재판 중에도 책임의 무거움에 대해 진실하게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관용에 앞서 엄정한 대처의 당위성을 직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판결 직후 곧바로 구속수감됐다. 이로써 최 회장은 2003년 2월 SK글로벌 분식회계로 구속된 지 10년 만에 또다시 감옥에 들어갔다.

최 회장이 지난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리고(특가법상 횡령)고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를 과다 지급했다가 돌려받는 수법으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비자금 139억5천만원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작년 1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법원은 최 회장과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1900억여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로 기소된 동생 최재원(50) 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해서는 무죄선고했다.

재판 시작 이후 내내 판사출신 등으로 꾸려진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미꾸라지처럼 최 회장의 혐의에 대해 반성 대신 부인하는 모습만 보여왔다.

최 회장은 이날도 재판부가 선고를 끝내고 발언기회를 주자 "제가 무엇을 제대로 (무죄)증명을 못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다른 것은 차치하고 2010년에서야 사건 자체를 알았다. 이 일 자체를 모른다"며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것 하나"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