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SK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사적인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며 경제질서를 어지럽힌 이들에 대한 처벌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반면 변호인단은 최근 법정구속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총수보호를 위한 배수진을 쳤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는 24차 공판에서 모든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서증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최 회장 형제의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을 추가, 공소장 변경허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향후 변호인 측의 의견서를 받은 뒤 검찰 측 변경사유를 통해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검, 혐의사실 수정, 공소장 변경 =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에서 금액 부분 등 전반적으로 바뀐 내용은 크게 없다면서도 추가적으로 혐의사실들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어 공소장을 변

경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공소장은 최씨 형제가 SK그룹 계열사의 1차 펀드 출자금인 497억원을 횡령했다고 적시했지만, 변경된 공소장에는 포커스2호펀드 295억원, 오픈이노베이션 펀드 170억원으로 구체화했다.

2차 펀드 출자금인 495억원에 대해서도 포커스2호펀드에 285억원, 오픈이노베이션 펀드에 101억, 부산도시가스에 99억원으로 세분해 기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자금 조성 부분에 있어서 금액 부분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재판 막바지에 공소장을 변경한다는 것은 재판의 중요 쟁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판단한다며 검찰의 변경사유와 변호인 측 의견서를 받은 뒤 결정하겠다고 제어했다.

◇ 검 "재무팀장 'T명 폴더', 도관이론 최태원 개입 증거" 변 "실행 안돼" =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를 두고도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펀드조성 절차의 적법성과 출자자금에 대한 최태원 회장 등의 횡령의 고의성, 저축은행 대출금 횡령에 최 회장이 개입했다는 논리를 적극 폈다.

검찰은 SK재무팀장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내부문건 자료를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박 재무팀장(사장급)이 작성한 외장하드 내 'T명폴더' 자료를 들고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과 IB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하는 등 개인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이 문건 내에서 언급된 '도관이론'을 토대로 지난 2008년 말 SK 계열사들이 펀드투자금으로 베넥스에 보낸 돈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에게 넘어간 것은 최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압박했다.

'도관이론'이란 최 회장의 자금이 최 수석부회장을 '도관'으로 해서 최 회장 선물투자담당인 김원홍씨에게 넘어갔다는 것으로 'T명폴더'에서 최 수석부회장을 암시하는 'J'이니셜에 표시된 '도관'에서 착안한 것이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사실조사를 통해 작성된 문건이 아니다며 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해 '도관이론'을 택한 것일 뿐, 실제로는 최 회장과 관련이 없는 자금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의 주장은 재판 내내 일관성이 없고, 공소사실에 관해 주변적 사실관계만 편의적으로 과잉해석하고 있다며 이것도 박씨가 검토한 것들일 뿐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검찰 최태원 회장 계좌추적내용 800억 내역 추가공개 = 한편, 검찰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최 회장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800억원의 수표가 인출, 이 자금이 같은 날 신규로 개설된 최 부회장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된 내역을 공개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최 회장 계좌에서 800억원이 최 부회장 계좌로 갔고, 다음날 이 가운데 680억원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됐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 측은 선대 회장이 상속한 재산이 대부분 최 회장에게 갔고, 동생은 이를 포기해 동생이 보증이나 담보를 부탁하면 평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며 "800억원은 최 부회장의 채무변제를 위해 필요한 돈을 형으로서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 골드만삭스 아이에프글로벌(IFG) 실사 않고 고의로 기업가치 부풀려 = 앞서 지난 8월23일 열린 공판에서는 아이에프글로벌(IFG)의 대주주이자 자회사인 티스톤의 대표이사 원모 씨가 증인으로 참석, 검찰 측의 심문이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2009년 당시 IFG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측의 어떠한 실사 과정도 없었다고 판단, 기업가치를 고의로 부풀린 것 아니냐며 원씨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원 씨는 "정확한 시기를 기억하지 못할 뿐 당시 실제 매출자료, 회계자료를 근거로 명확한 기업가치 평가 작업이 이뤄졌다"며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증권사에서 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판단 과정 없이 주관사 계약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이르면 10월말 ~ 11월초 선고할 듯 =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일정을 확정했다. 특히, 최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신문만을 남겨두고 있어 앞으로의 최 회장 등에 관한 공판 결과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피고인 신문기일은 서증조사가 끝나는 데로 피고인에 대한 신문순서, 소요시간 등과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협의가 이뤄진 뒤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김준홍 대표와 장진원씨의 경우 다음달 5일부터 피고인 신문이 이뤄지고, 이후 최 부회장 및 최 회장에 대한 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신문을 마무리 한 뒤 4주 후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선고를 할 계획이다.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27일(목) 중앙지법 서관 417호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