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Q&A게시판에 올라온 하소연이다.

7월5일까지 벌금을 내야 해서 시간이 촉박한데 6월 22일 또 걸려서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

서울 동대문시장과 명동, 남대문시장 노상에는 노점상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노점좌판이 벌어진다.

지난달 17일, 20일, 28일 기자가 나가본 동대문.

일부에선 기업형 노점이 있다고 하고 짝퉁을 판매하는 노점들은 전과자가 대부분으로 불량한 범법자들이라는 게 일반의 시각이다. 과연 그들은 범법자이고 기업형 노점상인가. 그 속을 들여다 봤다. 공생방안은 없을까. 세차례에 걸쳐 노점 실태와 개선및 공생 방안을 모색해본다.

기업형, 과연 그럴까 의문을 갖고 주의깊게 살펴봤다.하지만 실제 기업형은 없었고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노점들은 기업형이면 왜 여기나와서 단속에 떨면서 밤고생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밤 10시가 넘어서면서 101기동대 담을 따라 여기저기 하나둘 불이 켜지며 군데군데 젊은이들이 짐을 풀어놓는다. 장사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수협에서 광희시장 앞 길에는 썰렁했다. 중구청에서 주차선을 그어논 때문이다. 차량주차라도 있어야하지만 주차선에 차량도 없었다.

관리인에게 "주차수입이 얼마나 되는냐"고 물어보자 익명을 요구한 주차관리 용역직원은 "주차수입은 거의 제로"라며 "구청장이 주차선을 그은 것은 노점을 없애기 위한 목적에서 그은 것일뿐 주차수입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점이 노상주차장으로 변하면서 노점이 없어지고 주차장도 텅텅비어 광희시장 내 상가로의 출입하는 손님들의 숫자도 덩달아 줄어들면서 노점이 형성된 쪽 상가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었고 비어있는 점포마저 눈에 띄었다.

101기동대 뒷담 골목길에 들어서자 좌판이 담을 따하 한쪽으로 펼쳐졌다. 양쪽으로 펴지 않는 이유를 묻자 "교통흐름을 막을까 자체적으로 노점들이 자제하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나름대로 그들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나 더 팔자고 좌판을 양쪽으로 하면 인근 상가와 마찰을 빚게되고 길이 복잡해지면 찾는 손님도 줄어 노점과 상가 모두 손해라는 것.

민생행동연대(대표 안중원) 노점분과 관계자는 "광희 평화 누존 상가가 집중된 이곳은 노점과 상가가 경쟁이 아니라 공존하는 공간"며 "경쟁관계로 보고 한쪽이 없어지면 썰렁해져 발길이 끊겨 장사가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미니의자에 앉은 노점과 포장마차에 물어봤다. 소위 기업형이란 게 식구가 다 나와서 하는데 한 사람이 24시간을 할 수 없으니 돌아가면서 교대로 한다고 하는데 이를 보고 단속하기 위한 명분으로 공무원이 지어낸 얘기라고 한다.

0.001평, 날짜까지 심지어 강제철거 당일분까지도 도로점용료를 구청에 내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낫다고 하는 포장마차가)) 이럴진대 노점은 더욱 상황이 열악하다. 노점들은 그날그날 하루벌이에 온 식구의 생계를 의존하며 단속원과 피말리는 전쟁터의 밤을 보내고 있다.

민생행동연대에 따르면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서 광희시장 101경비대 일대의 좌판노점은 약 600여명에 이른다. 평균연령은 30대~40대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이 가정의 가장이다. 매일 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온한 꿈나라에 있을 때 이들은 자신의 가정을 위해 초긴장 속에 소리없는 전쟁을 치른다.

동대문 상권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나 정책이 아닌 순전히 청계피복이나 의류상인들이 만든 자생적인 경쟁력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행정력이나 공권력은 오히려 정부나 지자체 등은 그동안 도시미관이나 상표법 위반 등을 이유로 통제나 단속만 하고 있어 상권 활성화에는 도움되지 않는다.

동대문에는 없는 것이 없다.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도 접할 수 있다. 진품이 아닌 짝퉁 제품이다.

주로 브랜드 짝퉁제품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노점 상인들은 "단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적발경험이 있는 노점상인은 자리를 잘 펴지도 못한다.

한창 좌판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 몇몇이 모여 얘기만 나누고 있었다. 왜 장사를 안하느냐고 묻자 "벌금을 몇차례 내다보니 국가에 낸 누적 벌금이 1000만원에 육박한다"며 "또 걸리면 구속될 수 있어 좌판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지역은 서부지검 관할이다. 하지만 실제론 멀리 의정부와 부천에서까지 검찰단속이 나온다고 한다.

담당 검사가 직접 나오지는 않고 계장급 수사관이 나온다고 한다. 노점들을 괴롭히는 것은 정작 검찰이 아니다. 짝퉁이 유통되다보니 '짝파라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짝파라치는 사진을 찍어 기관에 신고를 해야하는데 이들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민생연대에 따르면  이곳에서 활동하는 짝파라치는 대략 30-40 명 정도. 이들은 대개 검찰과 함께 움직이는데 검찰이 짜퉁을 압수할 때 물건을 직접 거둬간다는 것이다. 당연히 불법이다.

단속 때는 공권력 행사에 필수적인 압수수색 영장 제시도 없다고 한다. 노점상들은 "영장이란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생계를 위해 거리에 나온 서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데서 나온 것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짝퉁에 대해 일주일 내내 단속이 이뤄지다보니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조차 제시하지 않는게 다반사라고 한다. 삶의 현장에서 '짝퉁 판매상'으로 낙인찍어 법 절차나 인권 존중은 남의 나라 얘기다.
 
빈번한 단속으로 노점들은 10명 중 8명은 빚더미에 올라있다고 한다. 행여 압수라도 되고 벌금을 맞게되면 다음날부터는 벌금을 마련하느라 또다시 장사를 해야하고 물품은 현찰구매로만 이뤄지는 탓에 일수를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들은 기업형 노점과는 실제 거리가 먼 생계형 노점들이고 일수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짝퉁 단속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짝퉁 단속에 짝파라치가 생계형 노점들을 상대로 갈취행위나 접대를 받을 만큼 권력화 돼 민생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잘 봐준다는 댓가로 짝파라치가 접대를 받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한 노점은 "가방을 빼았겼는데 100개를 압수당했는데 벌금이 50개 만큼만 부과돼 처음에는 단속반이 고맙게 여겨졌다. 그런데 며칠 뒤 압류당한 물품을 옆의 노점이 팔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눈에 불이 켜지더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있고나면 노점간에 불신과 다툼이 생긴다며 검찰이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일부 잘보이는 노점과 유착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한다.

짝퉁을 취급하다 벌금을 맞은 노점들도 할말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단속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억울하지도, 할 말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짝파라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건전한 신고정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악용돼 민생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