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영훈)이 격론끝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전격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3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재석 표결권자 39명 가운데 27명의 찬성으로 통진당 지지를 전면 철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총파업, 위원장 직선제 선출 등 5개 안건을 놓고 격론을 벌이며 마라톤 회의를 했다.

통진당 후속조치건도 오후 10시가 돼서야 안건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시께 장장 11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치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앞선 중집위 결정에 의거해 현재의 통합진보당은 노동중심성 확보와 1차 중앙위 결의 혁신안이 조합원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지지 철회 이유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어 "당내 이해와 무관한 민주노총의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지지 철회는 지난달 26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과 당 혁신안 표류에 이어 유시민 중심의 참여계와 강기갑 당대표의 지도력 상실에 이은 사실상 분당선언으로 더이상 신.구파 어느쪽도 지지할 수 없게됐다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대신 지난 5월 띄운 새정치특위(새로운노동자정치세력화특별위원회)를 비롯한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논의와 대의원 회의를 통해 노동자 정당 건설을 포함한 향후 정치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민주노총의 지지철회 결정은 통진당의 최대 기반세력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의 최대 기반세력으로, 통합진보당에서 당비를 내 투표권이 있는 진성당원 7만5천명 중 46%에 달하는 3만5천여명에 이른다.

이에따라 민주노총의 지지철회 결정이 곧바로 조합원들의 대거 탈당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중집위에서 나타난 격론에서 나타난 것처럼 집단적 탈당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파별로 새로운 정당, 통진당 탈당파, 기존 통진당 주축 등으로 갈려나가 진보진영이 정파별 정당이 난립하게되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의 지지 철회가 곧바로 신당 창당 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지 철회가 소위 진보신당에 힘을 실어주거나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그분들도 그런 지지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로 산별 연맹에서 개별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회의에서 집당 탈당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이 13일 비공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8월 총파업, 통진당 후속조치건을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통진당은 비공개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결결과 발표를 통해 통진당 지지철회 결정을 발표했다. 사진은 비공개 회의 중 참석자들이 표결의사를 밝히는 장면 <사진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제공>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회의 시작에 앞선 모두 발언을 통해 "통합진보당 지지를 호소했던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높은 책임감과 현명한 판단력으로 토론하고 결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중집위에선 8월 총파업과 위원장 직선제 선출에 대한 안건도 다뤄졌다.

총파업과 관련해선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조법 전면 재개정 ▲장시간노동 단축 ▲민영화 저지 등의 목표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