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우던 우리 막내(애완견)을 잃은 슬픔을 저들은 그야말로 거리의 똥개 취급했습니다"
"또 그보다 더한 충격은 그들은 한번도 저희 가족에게 나와보지 도 않고 미안하다는 위로의 한마디도, 심지어는 한푼의 보상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서울서부지방법원.

법정에 선 김혜인씨는 이렇게 울먹이며 판사에게 진술했다.
손보업계 1위이자 거대기업 삼성화재 지대섭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유였다.

김씨는 지난해 9월 법원에 325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단지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삼성화재가 광고선전에는 고객을 위해, 국민을 위해 무한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처럼 하지만 천사표가 아니라 악마표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한 식구처럼 여기며 부대끼며 살아온 식구를 잃었다. 바로 눈 앞에서다.

한 식구였던 애완견 또순이(임의로 이름붙임)가 집앞 골목에서 오줌을 누고 있던 중 같은 건물에 있는 지하 공장의 물건을 가지러 온 차량이 후진하며 또순이를 그대로 밟았다.

또순이는 순식간에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을 거뒀다고 한다. 눈앞의 참상에 넋을 잃은 김씨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김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음날 또순이의 흩어진 살점을 모아 화장장에서 화장해 애견 납골당에 안치했다.

지금도 가끔씩 찾아 또순이를 만난다고 한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또순이를 숨지게한 차량운전자는 보험으로 처리하겠다는 한마디로 모든 게 끝이었다.
사고를 접수받은 삼성화재는 몹쓸 물건 취급했다.

귀찮은 사건을 접수했다는 것이었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이래서인지 삼성화재는 조사원이 한번도 찾아와 사고경위를 파악조차 하려들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삼성화재측이 전화도 하지 않아서 답답해 직접 전화를 하면 바쁘다, 자리에 없다는 얘기만 들어야했다는 것.

결국 김씨는 생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9월2일 법원에 325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애완견 구입과 장례비용, 육아비용 등 최소한 비용산출이다. 정신적 위로비는 아예 산정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조차 찬밥 대우를 받아야 했다.

삼성화재는 이후에도 도도한 태도를 보이며 11월 16일에서야 답변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4월4일에서야 변론기일이 됐다.

법원은 "지난 5월 원고(김혜정) 일부 승소판결해 삼성화재는 75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제는 반려견이 상당히 늘어났다. 더불어 반려견과 함께 생활의 일부가 돼 한 식구나 다름없이 살고 있다. 반려견 전문병원, 반려견 미용센터 등 사람과 다름없다.

정부(농수산식품부)는 지난 2008년 1월27일부터 동물보호법 및 시행규칙에 따라 애완견에도 인식용목걸이나 마이크로칩 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애견 인구가 2008년 기준으로 480만명, 애견은 300만마리를 돌파했다.

유럽연합의 경우 개 여권제도(2004.7)가 도입됐고 영국, 독일은 전자칩을, 뉴질랜드(2003), 호주, 캐나다 일부 주, 일본 싱가포르에서는 전자칩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견 사망시 보험처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보험이 자동차 위주로 돼있다. 반려견이 생활의 일부로 되어가는 현실에서 반려견을 똥개나 물건 취급하는 보험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반려견이 대부분 값이 비싼 점을 감안해 이에 대한 보험상품 신설에 소극적이다. 보험금 지출 요인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소비자나 애완견 보호자들은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반려견, 나아가 애완동물에 대한 보험상품을 마련할 수 있도록하는 적극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아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