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원대의 그룹계열사 돈을 개인적 투자금으로 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 대한 21차 속행 공판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는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저축은행에서 2008년 수백억원을 빌린 것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법정에는 2008년 당시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강남점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김모 씨가 증인으로 증인석에 나왔다.

검찰은 2008년 12월 최 부회장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통해 26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220억원의 자금을 담보로 예치한 사실과 관련 애초 대출금이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의 개인적 용도로 쓰인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검찰은 김 씨가 2008년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의 황영선 상무를 처음 만났을 당시, 황 씨가 본인을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개인자금을 관리하는 베넥스 대표라고 소개했다'라는 김 씨의 과거 진술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어 검찰은 김 씨에게 처음부터 최 회장의 개인용도로 사용될 것을 알면서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냐며 집중 추궁했다.

이에 증인 김 씨는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생 이후 예금주들의 예금인출이 급격히 증가해 당시 저축은행들의 자금 유동성이 좋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당시의 위기상황을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했다. 대출을 늘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을 뿐 모종의 거래에 의한 대출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대출과정에서 대출금액과 상응하는 액수의 자금 예치가 동시에 이뤄진 점을 문제 삼으며 추궁을 이어갔다.

이에대해 변호인 측은 "예금과 대출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만약 예금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출은 원래대로 이뤄졌을 것이다. 당시 예금은 연말이 되면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은행업계의 특성상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최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22차) 오는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대법정.

이날 공판에는 증인을 채택된 비상장사인 아이에프글로벌(IFG)의 대주주이자 자회사인 티스톤의 대표이사 원모 씨가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