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히틀러의 딸이었다면 전쟁을 멈출수 있었을까" 호주출신 작가 재키 프렌지가 쓴 책의 제목이다.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과 유태인 학살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내용의 책이다.

스탈린과 박정희 모두 독재자다. 영국의 인명사전으로 알려진 'Dictator of the Month'는 세계적인 독재자리스트에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을 2위, 한국의 박정희를 17위에 각각 올렸다.

스탈린의 외동딸인 스베툴라나는 1960년대 마흔살의 나이로  주 인도 미국 대사관으로 망명했다. 작년 85세를 일기로 결장암으로 사망한 스베툴라나는 "우리 아버지는 독재자였고 딸로서 침묵한 나도 공범자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 잘못을 안고 가겠다"고 참회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5.16이 오늘의 초석을 놓았다고 극찬했다. 그는 "5.16은 당시 아버지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오늘의 한국에 이르는데 초석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바른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신시대에서 고생한 민주인사들에게는 미안하다"면서도 유신독재의 근원이 된 5.16 쿠데타(coup d'État) 에 대해서는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다.

5.16은 모두가, 여야를 떠나 헌법을 중단시키고 군정이 통치하는 군사쿠데타라는데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항을 되돌려 본인이 희망하는 평가가 나와주기를 바란다는 희망이다.

18일에는 야권의 라이벌 문재인 의원이 지도자는 시대흐름에 부응하는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자 "5.16을 좋게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며 강변했다.

최고 권력자의 딸로서 두 사람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너무도 딴판이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대선에 출마해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헌정을 파괴한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딸 박 전 비대위원장마저 반 헌법적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못박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유신헌법에서 5.16을 5.16 혁명으로 명기했던 것처럼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재평가하려는 노력을 할 수 도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캠프에서도 이틀만인 18일 박 전 비대위원장과 같은 평가를 내놨다. 정치발전위원인 박효종 서울대교수는 "5.16이 혁명적 변화였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극찬했다.

박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5·16이 경제적인 기적의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국민들의 의식을 우리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고 바꿔 놓았다"며 "5·16이 쿠데타이면서도 혁명적 변화"라고 긍정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학계에서는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민중혁명만 혁명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며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가져왔을 때에 그것을 혁명이라고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위로부터의 혁명도 얼마든지 혁명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 아프리카는 총칼로 헌정질서를 정지시키는 권력을 위한 쿠데타로 끝나고 말았다"며 "그러나 5·16은 한 두 사람의 권력의지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이뤄놨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해도 조금도 과장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5·16은 단순한 민주주의의 역행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며 "장기적인 결과로 봤을 때에 민주주의의 보루를 갖다가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지 민주적인 규칙이나 선거를 하자고 해서 민주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5·16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두터운 중산층이 출현했다. 이 중산층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등뼈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공은 5·16이 아니라 국민들의 땀과 노력에 있다는 반론에 "어떻게 한 두 사람의 지도자의 힘만으로 발전을 했겠냐"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국민들의 힘과 리더십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의 저력과 창의성을 견인해 나가는 리더십의 역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등소평이 모택동에 대해 7공(功) 3과(過)로 정의내린 것을 언급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평가할 때는 그것보다는 더 나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모택동은 문화 대혁명을 통해 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통스럽게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인혁당 사건 등 숱한 인권유린과 살인을 간과하면서까지 높게 평가했다.

김한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후보가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발언한 것이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못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당 대권주자의 반헌법적 발언에 대해 국민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