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지 김경준에게...자네가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걸세"

2007년 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기고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제기하며 홍준표 전 의원이 공개한 편지 내용이다.

김경준 기획입국설은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후보측이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BBK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고 주장한 김경준씨를 입국시켰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가 공개한 편지는 김경준과 LA교도소에서 함께 감방생활을 한 강도범 신경화(54.구속수감중)씨가 김경준에게 보냈다는 가짜 편지를 공개해 대선 막판 선거전을 뒤흔들었다.

검찰은 이듬해인 2008년 기획입국설과 가짜편지 사건의 실체에 대해 수사했다. 검찰은 편지는 신경화씨가 아닌 신명씨가 썼고 기획입국설도 실체가 없다고 결론냈다. 

한나라당의 선거전에 이용된 편지를 쓴 당사자 신명씨가 작년말 "이상득, 최시중씨 등 현정권 실세들이 배후조종했다"고 밝히면서 재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결과는 이번에도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피고소인에게 면죄부만 준 채 끝났다.

서울중앙지검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양승덕(59) 경희대 관광대학원행정실장의 지시에 따라 신명씨(51.치과의사)가 형 신경화씨(54.구속수감중)가 쓴 것처럼 편지를 가짜로 만들었다"며 "이 편지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양 실장 이외의 배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경준씨가 "가짜편지를 만들어 내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한 신명, 신경화 형제와 홍준표 전 대표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한나라당은 2007년 12월 13일 김씨의 미국 로스엔젤레스 연방구치소 동료 수감자인 신경화씨가 2007년 11월 김씨에게 보낸 것이라며 이 가짜 편지를 공개했다. 대선정국은 요동쳤고 한나라당은 이 편지를 근거로 "김씨가 여권의 사주를 받고 기획 입국했다"며 공세를 폈다.

검찰은 12일 내놓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편지 작성경위에 대해 "김씨가 정동영 후보 측과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했다"는 내용으로 초안을 잡은 뒤 신명씨가 이를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에 따르면 1998년 국내에서 강도행위로 수배돼 미국으로 도주한 신경화씨는 2007년 10월 강도혐의로 미국 교도소에 수감돼 LA교도소에서 김경준씨와 함께 감방생활을 했다.

신명씨는 형 경화 씨로부터 "김경준이 이명박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며 증거를 갖고 서울에 가면 호텔에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김경준만 송환되면 기획입국이라고 안좋게 보일 수 있으니 나(신경화씨)도 같이 송환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곧이어 신경화 씨가 2007년 10월 25일 한국으로 압송돼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지 며칠 후 대통합민주신당 측 인사들이 신명 씨에게 접촉해 무료변론을 약속했다.

신명 씨는 양아버지로 불렀던 양 실장에게 김경준 입국이 여권과 약속이 있었던 기획입국인 것 같다고 했고 11월5일 신명씨의 부탁을 받고 대통합민주신당 측 이모 변호사등을 만나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을 받았다.

양 실장은 이를 은사이자 당시 경희대 교수였던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당시 한나라당 상임특보)에게 보여주며 한나라당 유력자를 알아봐 줄 것을 부탁했다.

김 총장은 2007년 11월6일~8일 사이 양 실장으로부터 받은 각서와 명함을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장(당시 한나라당 BBK대책팀장)과 홍준표 전 대표(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에게 기획입국의 증거라며 보여줬지만 은 전 위원은 믿기 어렵다고 했고 홍 전 대표는 못 믿겠다고 면박을 줬다.

이후 양 실장은 신명시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같은 달 9일 편지 초안을 만든 뒤 신명씨에게 신경화씨 명의의 편지를 대필하게 했다.

김 총장이 11월 11일 이 편지를 추가로 제시하자 은 전 위원은 편지를 신뢰했고 이를 전달받은 홍 전 대표는 13일 가짜편지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공을 세워 보답을 받아보려는 것이었고 대선 후 양 실장은 보답을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편지는 사적인 편지여서 사문서위조 혐의 적용도 어려워 신 씨 형제의 처벌도 어렵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그러나 신씨의 배후 조종 의혹으로 시작됐던 2차수사였지만 배후는 밝혀내지 못한 채 끝났다.

이번 수사는 대선 일주일전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음에도 공을 세워보려는 일개인의 행위로 결론낸 것. 정치검찰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BBK 가짜편지 주요 일지> 

2007 김경준 미국 교도소에서 신경화에게 "이명박이 BBK 실소유주자다" 말함 2007 10     신경화, 국제전화로 신명에게 김경준의 말을 전함      10.25  신경화 대전교도소로 이감      10월말 대통합민주신당 인사 신명 접촉 무료변론 약속      11월   신명 양승덕에게 상황 털어놈      11.5   양승덕 민주신당 인사들 만나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 받음      11.6   양승덕 김병진 한나라당 상임특보 상의      11.6~8 김병진 한나라당 은진수 BBK대책팀장에 명함 각서 전달 퇴짜      11.9   양승덕 신명에게 가짜편지 초안 주고 편지작성하게 함      11.16 김경준  한국송환      12.11  김병진 은진수에 가짜편지 전달      12.13  한나라당 가짜편지 공개      12.19  17대 대통령선거(이명박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