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시변화와 국제환경(최덕수 고려대 교수)
개항 이후 서울의 도시공간 변화는 공간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규모의 세계와 만나는 과정이었고, 당시 조선을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하여 진행되었다.

대한제국기 진행된 도시개조사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보면 이 시기 도시개조의 중심지역은 고종의 경운궁 중수와 환궁이 계기가 되었으며, 기존의 간선도로변의 임시 가옥 등을 철거하여 도로를 원래대로 확장하는 이 외에 이른바 ‘방사선 도로’가 관통하는 지역은 대체로 서울의 서부지역으로, 1880년대 중반 이후 서울에 진출하였던 외국인들의 거주지역이었다.

서부지역은 1880년 후반 이 지역은 서양인들의 집단거주지역이 되었고, 마치 서양인들을 위한 각국공동조계와 같은 양상을 띠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동아시아 역사 변화, 곧 각국의 수도였던 베이징ㆍ도쿄 서울의 변화하는 모습을 추적할 때, 서울에서만 나타난 상황으로 다음을 지적할 수 있다.

수도 서울의 중심지에 아무런 법적 제도적 근거 없이 외국인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들이 이 지역에 근거지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왕실과 그 측근 집권관료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었다.

명치유신 이후 일본 도쿄와 서울의 근대 도시 형성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을 보면 다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서울과 도쿄의 근대 도시로의 변화 과정을 추동한 정치세력에 관한 것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동아시아에 밀어 닥친 서구 자본주의 열강의 무력 개방 압력에 굴복하여 청국ㆍ일본은 국내 시장을 개방하였으나, 조선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다 강력한 무력 압력에도 끝내 개방을 거부하였다. 서구 열강의 개방 압력에 굴복한 막부세력은 이후 ‘양이’ 즉 반개항을 명분으로 결집된 세력에 의해 정치적인 기반을 상실하였다.

즉 ‘양이’를 내세운 유신세력이 ‘에도(江戶)’를 군사적으로 정복하고, 구체제 세력의 기반을 해체하는 가운데 신도시 ‘도쿄(東京)’를 건설하였던 것이다. 반면 조선의 도시개조사업은 기존의 정치세력이 전통과 신문물을 절충하는 동도서기 원칙에 입각하여 진행하였다.

둘째, 대한제국의 도시개조의 중심지역은 고종의 경운궁 환궁을 계기로 경운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간선도로변의 임시 가옥 등을 철거하여 도로를 원래대로 확장하는 이 외에 이른바 ‘방사선 도로’가 관통하는 지역의 중심지는 1880년대 중반 이후 서울에 진출하였던 외국인들의 거주 지역이었다.

동아시아 삼국의 개항 과정에서 개항을 강요받은 측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외국인의 수도 내 진출을 저지하는 문제였다. 메이지 일본의 경우 서구 열강과 맺은 불평등조약을 개정하고자 할 때 양측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점이 외국인과 현지인을 어떻게 분리시킬 것인가, 아니면 같은 공간에 거주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영사재판권 철폐에 관한 문제였다.

서울을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수도 지역에서 외국인의 거주에 관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이태진은 최근 연구에서 ‘새로운 국가의 중심으로 중앙 집중주의를 추구하면서도 도쿄쪽이 관료적 군사적 시설에 대한 배려가 높게 나타난 반면, 서울쪽은 황제와 민의 접촉 관계에 대한 공간 배려가 더 많이 가해진 차이도 나타난다.

이런 차이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양국의 근대화 의식의 차이로서 중요한 문제 일 수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지적은 정당하다.

다만 서울의 경우 황제와 민의 접촉에 대한 배려와 아울러 황제의 서구 열강에 대한 배려 또한 도시구조 계획의 핵심적인 부분이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덕수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