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간부와 현장직원이 납품비리에 연루돼 무더기로 기소됐다.

울산지검은 10일 한수원 납품비리사건과 관련 간부와 현장직원 23명을 기소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행태는 과히 '비리 백화점'이나 다름없었다.

한수원의 납품비리는 지난해 9월 울산의 한 은행 주차장에서 누군가 거액의 현금을 음료수 상자에 포장하는 모습이 시민에게 발견된 것이 단서가 됐다.

제보를 받은 검찰은 올해 3월부터 수사에 착수했고 한수원 고위급과 현장직원 등이 연루된 구조적 비리를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한수원 원자력발전소 산하 과장으로 근무하던 K 씨의 경우 자신의 친척명의로 한수원 협력업체를 설립한 뒤 다른 1차 협력업체들로부터 하청을 받아 수십억원을 챙겼다.

특히, K씨는 발전소 밖에서는 최고급 대형승용차를 타고 회사 안으로 오면 경차를 이용하는 등 개인사업 사실을 숨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또 산하 원자력발전소 과장급 직원 P 씨는 특수보온재 등 규격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원전 부품을 묵인해주고 업체 관계자로부터 4억5천만 원을 받기도 했다.

각 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업체 관계자로부터 고급 골프채를 제공받기도 하고 브로커로부터는 해마다 고급리조트에서 부부동반 골프접대를 받기도 했다.
일부 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골프채 모델을 알려주며 노골적인 상납을 요구했고 심지어 부인이 대신해 1냥 상당의 금덩어리를 상납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급 직원인 K 처장의 경우 UAE 원전수출정보를 바탕으로 7억 원 가량의 주식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가 적발돼 기관 통보 조치가 이뤄졌다.
K 처장은 또 감사실에 근무하면서 2개 업체로부터 7천만 원을 수수하는 등 한수원의 자체 정화기능 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검찰이 확인한 범죄사실은 공소시효인 지난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로, 기소된 한수원 직원들의 뇌물수수금액은 모두 22억2,7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울산지검 구본진 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금품수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기관의 구조적인 비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원전 안전성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며 수사에 전력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한수원 직원 가운데 1급 고위직인 처장급 2명을 포함해 현장직원까지 모두 22명을 뇌물수수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납품편의 등을 얻기 위해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업체 대표 7명과 브로커 2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사건 관련자 31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