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구근대교육 수용은 서구기술문명이나 보통학을 학습하는 차원을 넘어서 근대국민국가체제와 결부된 국민교육의 과제를 떠안은 것이었다. 서구 입헌국가체제는 일찍이 한성순보에 군민동치(君民同治)와 합중공화(合衆共和)로 소개되었고 서양의 부강이 입헌정체(立憲政體)에서 온다는 인식이 점차 조선인들에게 확산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입헌국가론의 수용은 일본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인민주권과 애국심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국가의식 고취는 곧 국가학(법률) 교육으로 이어졌다. 법률교육과 국민권리 교육은 이명동체(異名同體)로서 입헌국가 건설의 선행조건으로 인식되었다.

일본은 입헌정체와 국민주권ㆍ애국심ㆍ산업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근대교육을 수용했지만, 메이지유신 지도자들이 구지배층 출신이었기에 민중세력을 철저히 통제하였고, 천황국체를 강조함에 따라 국민주권 개념은 희박했다.

조선은 일본으로부터 입헌국가학을 수용했고 일본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근대체제에 대한 비판과 민중계몽교육을 주축으로 한 국민주권교육에 중점 두었다 할 수 있다. 개화사상가들은 먼저 입헌정치의 중요성을 제기했고 서구의 문명부강이 입헌정치에 있으며 입헌사상이 없으면 독립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해 나갔다.

이러한 의식의 조성은 법률의식의 촉구로 이어졌고, 국민권리 정신과 국민의 법률적 정신은 이명동체(異名同體)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법학전문학교를 설립하여 법학교육을 활발히 전개시키고자 하였고, 법학교육이 곧 입헌국가 건설의 선행조건으로 인식되었음을 볼 수 있다. 법학교육은 판검사직을 얻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재건하고 완전한 법치국의 국민자격획득을 목적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학ㆍ천도교 역시 동학혁명 후 문명개화운동으로 전환하여 입헌국가수립운동으로 나갔다. 천도교 지도자들은 민회설립을 통한 언로의 소통과 민권도모에 주축을 두었고 특히 정부의 혁신을 촉구해 나갔다. 또한 천도교는 입헌국가의식을 고취하여 일반인뿐만 아니라 내부 교인들에게도 운동을 펼쳐나갔는데, 천도교의 종지가 국가문명의 진보에 있음을 설교했다.

<인천대 정혜정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