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 심보로 은닉한 것 아닌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은닉했다며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상속재산 반환청구소송을 낸 장남 이맹희씨 측의 첫마디다.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분할 소송을 낸 이맹회 씨 측의 변호인단(법무법인 화우)의 소송에 임하는 분위기가 감정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27일 서울중앙지법 558호실에서 열린 두번째 공판에서 거친 감정적 표현까지 나오자 재판장은 주의를 줬다.

이맹희씨측 변호인단은 "이건희 회장이 차명재산을 숨겨왔다"며 "이것이 (바로) 도둑놈 심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은닉재산을 거론하며 이 회장의 차명재산 조성을 비도덕적 행위로 계속해서 몰아부쳤다.
재판장인 서창원 부장판사는 즉시 "재판부는 논리적인 변론만 필요하다"며 제지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화우 측은 특정인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해당 표현을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이날도 양측은 1차변론기일과 마찬가지로 상속권 침해 시점과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 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회장측은 "선대 이병철 회장 사망 전에도 이맹희씨 등 상속인들이 일부 차명주식을 갖고 있어 이미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선대회장 사망 후 이 회장이 차명재산을 배타적으로 보유해 의결권과 배당권을 단독으로 받았던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맹희씨측은 "이 회장이 참칭상속인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외관을 갖춰야 한다"며 "이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받은 점은 소수만 알고 있는 '은닉'이지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측은 2008년 4월 발표된 삼성그룹특검 발표를 인용해 "당시 각 언론들이 이 회장이 4조원 이상의 상속 차명주식을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며 "이 경우 상속재산여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이미 경과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이에 대해 이맹희씨측은 "삼성특검 당시 수많은 언론사에서 빽빽하게 특검기사를 다뤘는데 이 상황에서 정확한 침해사실을 알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6월 삼성측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문서를 보내 침해사실을 알게 됐다는 논리를 폈다.

이 회장측은 이건희 회장의 법법사실까지도 털어놨다.
차명주식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보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당시에는 대주주의 주식보유한도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선대 회장도 경영권 확보와 방어를 위해 차명지분을 이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회장도 경영상 필요한 측면에서 차명지분을 상속받아 활용한 것이다. '은닉'이라고 비방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공방이 치열해지자 재판부는 유산소송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2008년 삼성특검 수사와 관련된 일부 기록을 참고하기로 했다.

또 재판부는 다음 준비기일에 상속회복 청구권 제척기간에 대한 주장과 상속재산 협의분할 사실관계, 주권 점유에 대한 법리적 주장 등을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다음 준비기일은 7월25일 오후 4시 대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