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는 54년 역사의 중견 건설업 벽산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벽산건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따라 서울중앙지법은 신청서와 관련자료를 서면 심사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벽산건설은 1958년 설립돼 시공능력평가 26위의 중견 종합건설업체다. 하지만 최근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 부진과 자금 유동성 부족을 겪어왔고 경영진의 회생노력도 허사가 됐다. 

이 회사는 2010년 6월 채권단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C등급을 받고 7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당시 부채 규모는 4,500억원. 채권단은 워크아웃 이후 두차례에 걸쳐 2174억원을 지원했지만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어려움이 계속됐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가 길어짐에 따라 주력 사업인 주택 부문에서 타격이 커 유동성 위기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약 4,0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까지 몰리는 등 위기가 계속되자 올해 초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재 290여억원을 무상 증여하는 등 유동성을 투입했지만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위반 사실이 적발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등 악재도 겹쳤다.

대안으로 추진한 지분매각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실패하고 채권단에 1,5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주채권단인 우리은행은 1,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채권단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벽산건설은 워크아웃 개시 2년만에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됐다. 우리은행은 채권금융기관에 1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벽산건설은 서울과 부산 등지 재건축·재개발사업장에서 총 1천839가구를 시공 중이다. 자체시행 사업장은 없다.

주요 현장으로는 부산 장전1정비구역2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1천75가구), 부산금곡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437가구) 등이 있고 수도권에서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1주택재건축정비사업(177가구) 등이 진행 중이다.

한편 다른 중견건설업체들도 벽산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초긴장하고 있다. 등급평가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건설업체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모두 운명을 가늠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