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일이 넘어가도록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복직을 향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24일 문산이 올들어 최고기온인 35도를 기록할만큼 한달 이상 빨리 찾아온 폭염에도 그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잊혀져 가고 있지만 25일로 1848일째다.

지난 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하기위해 군사정권때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 전원 복직을 위한 월요 순례미사’를 봉헌했다.

복직투쟁 1628일을 맞이한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째 복직투쟁을 맞는 재능 학습지노조와 함께 한 첫 미사였다.  이 자리에는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 전종훈 · 김인국 신부 등 성직자 30여 명과 수도자, 신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한 투쟁에 몇번은 함께했을 것 같았지만 처음이란다.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 강론에서 "평소 신학생들을 가르치며 '어디에 누구와 있든지 왜 거기에 있으며 무엇이 보이고 들리는지를,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항상 성찰하라'고 말해왔다"며 시청 앞 천막 농성장을 지나며 쑥스럽게 건네던 "애쓰십니다. 힘내세요"라는 자신의 인사에 환하게 웃던 유명자 재능교육 노조 지부장을 잊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상의 삶에서 그 환한 웃음을 되찾으시길 기도한다"며 격려했다.

정평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자본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어버이들의 희생을 먹고 자라 흉측한 괴물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자본이 피었고, 이내 돈으로 살 수 없는 스승의 가르침, 도덕, 가치 따위는 그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천박한 장사치의 숫자로 전락했다"며 "도덕 없는 지식, 인간 없는 자본, 스승 없는 교육, 공존 없는 경쟁, 대가 없는 노동이 남루한 시대를 더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자본은 윤리적이어야 한다.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에 종사하는 기업은 더욱 그러해야한다"며 "그럼에도 재능교육 자본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부담 고통, 저임금과 부당노동행위로 몸집을 부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윤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양심도 잃어버렸다"고 재능교육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재능이 특수고용직이라고하는데) 사용자와 분명한 종속관계에 놓여있고 숨돌릴 사이 없이 그저 성실히 땀 흘려 일한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노동자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정평사는 "공교육을 책임져야할 정부는 사교육 시장의 범람을 자초했다. 그것도 모자라 자본만을 일방적으로 배불리는 노동정책을 양산하고 방기했으니 그 죄가 무겁다"고 정부의 방기도 질타했다.

미사를 집전한 장동훈 신부(인천교구)는 "인천에서 콜트-콜텍 해고자 분들을 만나면서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의 가장 큰 의미는 '옆에 내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것'임을 느끼게 됐다"고 말하고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부터 당신들을 돌아보겠다"며 참석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이에대해 재능교육 노조 유명자 지부장은 “투쟁 1628일만에 처음으로 하는 미사다. 형식이 낯설지만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근 종교계가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나서는 가운데 회사측은 재능교육노조에 "손해배상 가압류취소할테니 모든 농성을 중단하라"는 교섭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단체협약과 복직문제 등 근본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노조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교섭안이어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재능교육 사태는 ? =

회사측이 2007년 가을, 회사 측의 수수료 삭감과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한 허수 영업에 반대한 재능교육 노조 조합원들을 해고 위협과 노조 탈퇴를 강요하자 이를 거부하다 결국 해고자가 돼 거리로 쫓겨났다.

그 사이 수많은 폭행과 가압류 신청 등으로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과 탄압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웠다고 한다.

최근 회사 측은 노조에 교섭을 제안했다.

사측은 2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고 압류한 차량을 되돌려주는 대신, 농성장을 자진 철거하고 모든 투쟁을 중단하라는 것.

그러나 재능교육 지부 해고 노동자 측은 ‘단체협약 원상회복 및 해고자 복직’이 아니면 교섭은 그동안의 싸움은 의미가 없다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노조원들은 밝혔다.

1. 남루한 천막에 기대어 교사들이 농성한지 1600일입니다. 가늠하기 힘든 날 수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숱한 눈물들이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남루한 천막은 남루한 우리 시대를 닮았습니다. 자본이 덩치를 키우는 만큼 가난한 이들의 고통과 눈물도 커졌고 천막은 더욱 남루해졌습니다. 자본은 그렇게 노동자들의 고통과 어버이들의 희생을 먹고 자라 흉측한 괴물이 되었습니다.

2. 교육이 무너졌습니다. 그 자리에 자본이 피었고, 이내 돈으로 살 수 없는 스승의 가르침, 도덕, 가치 따위는 그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천박한 장사치의 숫자로 전락했습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도덕 없는 지식, 인간 없는 자본, 스승 없는 교육, 공존 없는 경쟁, 대가 없는 노동이 남루한 시대를 더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3. 기업을 경영하는 자본은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에 종사하는 기업은 더욱 그러해야합니다. 그럼에도 재능교육 자본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부담 고통, 저임금과 부당노동행위로 몸집을 부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윤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양심도 잃어버렸습니다.

4.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옛날 예언자의 고난을 닮아있습니다(‘고난 받는 주님의 종’ 이사 53,1-12). 이들의 고난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한 이 땅의 수많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고난이기도 합니다. 사용자와 분명한 종속관계에 놓여있고 숨돌릴 사이 없이 그저 성실히 땀 흘려 일한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노동자란 말입니까?

5. 공교육을 책임져야할 정부는 사교육 시장의 범람을 자초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본만을 일방적으로 배불리는 노동정책을 양산하고 방기했으니 그 죄가 무겁습니다. 힘없는 노동자들의 삶과 권리를 말살하는 노동정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정부는 재능교육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 나아가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의 정부가 될 것입니다. 6.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자본의 탄압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힘없는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용감히 싸워온 재능교육 노동자들에게 깊은 존경과 지지를 보냅니다. 아울러 재능 자본의 속죄와 해고 노동자들의 전원복직을 위해 쉼없이 기도하고 끝까지 연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