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법이 생긴 마당에 이보다 앞서 남북교류와 중립적 통일을 주장했다가 군부에 의해 투옥됐던 한 시대를 앞선 통일운동의 선각자들이 50여년만에 누명을 벗었다.

1960년 4.19 혁명 직후 남북교류와 중립화 통일을 주장하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민자통) 회원들이 50여년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상환)는 특수범죄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기준성(개명 전 기세충), 김달수(79)씨에 대한 재심공판에서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민족자주평화통일 중앙회의(민자통) 회원들이 지난 3월 범민련남측본부 사무실에서 총회를 열고 있다. 참석자들은 올해를 대선 승리의 해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재판부는 "민자통이 주장하던 남북간 교류 증진 등은 당시 북한이 제안하던 내용과 동일하지만,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이상 남북 교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상황에서 남북 교류 증진이 '북한에는 이익이 되지만 남한에는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한 논증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북한과 동일한 주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북한의 이익을 대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1960년 9월 통일추진을 위해 발기한 민자통에서 활동하며 '남북 서신 왕래', '신문기자 및 민간인 사찰단 파견' 등 중립화 통일을 주장하다 군 방첩부대의 용공분자 예비검속으로 영장 없이 구속됐다.

이후 이들은 5·16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부가 사후 입법한 '특수범죄처벌에관한 특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혁명검찰부로부터 사형을 구형받고 혁명재판부에서 각 징역 15년과 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