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공금을 유용,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 부회장에 대한 16차 공판이 29일 재개됐다.

이날 공판은 앞서 증인으로 참석했던 서범석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가 신한은행에서 만났다는 이모씨가 새로운 증인으로 참석했다.

앞서 서 대표는 지난 2008년 10월 신한은행 본점에서 이씨를 만나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 공동대표의 부탁으로 대출업무를 대행해달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씨는 김 대표와는 사돈관계로 최태원 회장은 이씨의 손위 사촌 처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이 신한은행에서 800억원을 대출하려다가 취소한 경위와 최재원 부회장이 한신저축은행에서 330억원을 대출받을 당시 저축은행에 입금된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280억원 예금이 대출에 관여한 여부에 대해 신문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최 회장이 자금사용 용도에 대한 소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출을 하지(받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신한은행에서 대출에 관여했던 이상수 신한은행 서초PB센터장은 "당시 대출이 승인된 상황이었지만 (대출에 관한 일을 진행했던)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돈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취소해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진 한신저축은행 대출 담당자에 대한 검찰 신문에서 담당자 김모 씨는 "330억원 대출 담보로 베넥스가 280억을 입금한 것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한신저축은행은 최재원 부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곳이다.

검찰은 이날 피고석에 앉은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신문을 하지 않았다. 다음 공판부터는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들이 재판정에 출석해 증언을 한다.

하지만 이씨는 이날 공판에서 지난 2008년 10월, 신한은행 본점에서 서범석 대표를 만난 적이 없고 대출관련 업무도 10월이 아니라 5월에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8년 5월 김준홍 대표의 부탁으로 800억원의 대출을 추진해 성사시켰지만, 정작 김 대표가 나중에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면서 "그 때문에 결국 나만 바보가 되고 한직인 로데오지점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돈인 김 대표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 다시 10월에 나에게 대출을 부탁할 까닭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08년 7월 신한은행 정기 인사 때 로데오지점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바 있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은 6월 15일 열린다.